세계석학 유치에 ˝무한투자˝|교수1명에 학생5명…철저한 엘리트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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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구권사상 처음으로 집권공산당이 서구식 사회주의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등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형가리는 이제 영재발굴에의 과감한 투자등 교육제도개편을 통해 개혁노선의 기틀을 다지고 국가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공과대학과 외티뵈스종합대학이 헝가리의 교육개혁을 주도, 고등학교에서부터 과학의 영재를 발굴해 경쟁적으로 스카웃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첨단적인 집단지능을 유지하려고 노벨상 수상자등 세계적인 고급두뇌와 활발한 인적교류·공동연구를 부단히 강화하고 있다.
인구 1천만에 국토도 남한과 비슷한 헝가리는 여러면에서 우리보다 여건이 나쁜데도 수학을 비롯, 물리·화학등 기초과학은 우리보다 발전된 수준을 유지해 개혁물결과 함께 유럽의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수학·물리·화학교육은 필수전문과목으로 지정, 완벽한 실험시설과 우수교원확보로 철저히 실시하고 있고 뛰어난 학생은 보다 많은 시간을 수학·물리·화학수업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모든 기초과학의 바탕인 수학교육은 국민학교 1학년부터 수학적 사고방식을 길러주기 위해 어느 과목보다 비중을 두고 있고 중학교 1학년때 수학우수학생을 선발, 부다페스트공과대학에 「수학올림픽위원회」를 두어 저명 수학교수들이 이들을 집중 지도하고 있다.
일찍부터 이같은 과정을 거쳐 양성된 영재들의 집합소는 주로 부다페스트의 공과대학.
고교졸업후 수학·물리·화학·외국어등 4과목의 엄격한 시험을 치러 입학이 허용되면 1년동안 이들 과목 중심의 수업을 받은후 다시 시험을 치러 정식입학을 허용, 4년간의 대학 (원)과정을 밟는다.
2백여년전인 1782년에 설립, 건축·토목(특히 유명)·기계·전기·컴퓨터등 7개 학부로 구성된 이 대학의 학생수는 8천5백여명. 이중 외국인 학생이 51개국에 6백여명이다. 교수는학생 5명당 1명꼴인 1천7백명이고 이들중 17명이 국립과학원 위원을 겸하고 있다. 동구 공산권에서는 유일하게 83년부터 영어로 강의를 시작하는 학과가 생겼고 87년부터 일부학과에서 독어와 불어등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대학은 특히 최근 세계유수대학연구소등과 국제교류를 강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을 무제한 받아들이고 있다.
89년예산은 1조2천억원(최근들어 30∼40%증액). 이중 60%는 수업료 또는 정부지원이고 나머지는 대학이 국내외(특히외국)로부터 기술개발용역을 받아 자체 해결한다. 사실상국가 연구기관을 겸하고 있다.
우리 상식으로는 상상을 초월한 천문학적인 숫자이지만 이대학 관계자는 『국가의 운명을짊어질 영재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최신 첨단과학기자재 도입을 과감히 서두를 수 밖에 없지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학의 이같은 과감한 교육투자는 노벨 물리·화학상에서 가보르와 헤베시등 2명을 배출했고 세계적인 건축가 슈레크 프리게스와 스트로블 알라소스등을 길러냈다.
이 대학은 매년 7월2일부터 8월20일까지 8주동안 하기대학을 개강, 대학준비를 위한 우수고교생들과 이 대학 1∼2학년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물리·화학등 과목을 저명교수들이 특강을 하는 것도 영재교육의 특징.
수학·과학경시대회 우수입상자 유럽연수단장 이준해 문교부장학·편수실장은 『우리의 기초과학을 육성 발전시키려면 우선 몇몇 우수대학의 기초과학분야가 세계수준의 집단지능을 형성하도록 장기적인 투자지원과 연구풍토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 과학 영재들이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게 하려면 세계석학과 실질적인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공동연구체제를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김국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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