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탄도미사일 격추 3중 방어망 구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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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책임자인 트레이 오버링 공군 중장(左)이 지난달 27일 알래스카의 MD기지인 포트그릴리를 방문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요격용 미사일을 보여주고 있다. [페어뱅크스 A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사정거리 6500㎞)과 같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미사일방어국(MDA)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대포동 2호와 같은 크기와 비행속도를 가진 표적용 미사일을 1일 오후 1시39분 알래스카 코디액에서 발사했다. MDA는 곧바로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 배치 요격미사일(GBI:Ground Based Interceptor)을 발사했다. 7분 뒤인 1시46분 표적용 미사일은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됐다. 요격시험 비용은 8500만 달러(약 850억원)였다.

미국은 이번 GBI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탄도미사일에 대한 3중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했다. 가상 적국이 미사일을 쏘면 1단계로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요격용 미사일로 막고, 그것이 실패하면 2단계인 GBI로 막는다. 3단계는 개량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에 의한 방어다. 1, 2단계는 광역 방어 체계이나 3단계인 PAC-3는 탄도미사일의 목표 기지.도시에 국한해 방어하는 체계다. PAC-3는 한국에도 100기 이상 배치돼 있다.

◆ 탐지.추적=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든 감시장치가 일제히 경보를 울린다. 고도 3만5780㎞의 정지궤도에 떠있는 적외선감시위성(DSP)이 탄도미사일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불빛을 먼저 포착한다. DSP가 잡은 탄도미사일의 발사 상황은 통신위성을 경유해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위치한 북미방공사령부(NORAD)로 전달돼 비상경보를 내린다.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동해에 떠있는 미 7함대 소속 이지스함(사일로.무스틴),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위상배열 레이더가 잡아낸다. 일본과 미 알래스카 부근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는 그 궤적을 계속 추적한다.

◆ 3중 요격=탄도미사일의 방향이 미.일을 향하는 게 확인되면 최근 일본에 배치된 미 7함대 이지스함이 SM-3를 발사한다. 공중으로 수직 발사된 SM-3는 레이더 지시에 따라 탄도미사일을 향해 날아간다. SM-3는 사정거리가 500㎞ 이상이며 100㎞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북한 미사일이 SM-3에 맞으면 탄도미사일이 아직 제속도를 내기 전이어서 동해안 부근에서 격추될 수 있다. 이것이 요격 1단계다. 요격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시 발사해 모두 다 요격하지 못하면 2, 3단계 요격 체계가 가동된다.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올 경우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서 GBI가 지하발사대에서 발사된다. GBI는 초속 6.4㎞의 속도로 날아가 대기권 밖인 고도 230㎞ 이상을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한다. 포트그릴리에는 9기의 GBI가 배치돼 있다. 탄도미사일이 하와이 부근을 경유해 미국 서부 해안까지 다가오는 단계에선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GBI가 발사된다. PAC-3는 마지막 요격 수단이다. 1, 2단계에서 살아남았거나 북한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PAC-3를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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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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