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기지로 2인조 흉기 강도 '덜미'

중앙일보

입력

2인조 흉기 강도의 희생양이 될 뻔한 40대 주부가 순간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

주부 박모씨(41.순천 조례동)가 2명의 흉기 강도의 볼모가 된 것은 1일 오후 7시께. 순천시내 한 할인마트에서 쇼핑을 마친 뒤 3층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합차에 올라탄 직후였다.

건강한 청년 2명이 어디선가 나타나 쏜살같이 뒷좌석과 조수석에 올라탄 뒤 서슬퍼런 흉기를 들이댄 것.

한적한 골목길도, 야밤의 시골길도 아니었지만 '돈을 달라'며 극도로 흥분한 2명의 강도 앞에서 박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박씨를 구한 것은 우연히 걸려온 2통의 전화. 감금 직후 걸려온 딸아이의 전화에 박씨는 '흥분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해 차분한 목소리로 '조금만 기다려. 이제 막 출발했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순간 범인 얼굴에선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지갑을 찾는 시늉을 하며 두리번 거리던 찰나, 이번에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때다 싶은 박씨는 태연하게 강도들을 안심시킨 뒤 전화를 받는 척 하다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강도야' 소리치며 매장 안으로 도주했다.

당황한 강도들은 옥신각신하다 뒤늦게 박씨를 뒤쫓았지만, 하필 비상통로 출입문을 열었다가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마트 보안요원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박씨의 'SOS'가 통한 듯 때마침 걸려온 자녀들의 전화와 박씨의 대범한 행동이 자칫 발생했을 지도 모를 불상사를 막고, 흉기강도까지 잡는 '1등 공신'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부인 박씨의 대담함과 기지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박씨를 흉기로 위협, 돈을 뜯어내려한 이모(31), 박모씨(28) 등 2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입건, 범행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순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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