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에도 뿌리깊은 ‘명문대 우월주의’

중앙일보

입력

종합병원을 제외한 개원가 병·의원의 명칭을 살펴본 결과, ‘명문대 우월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컬투데이>가 2006년 9월 현재 대한의사협회의 전국 병·의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병원 이름 가운데 ‘연세’, ‘서울’, ‘성모’등 개원의의 출신 의과대를 반영한 것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병원 이름을 차지한 것은 단연 ‘연세’로, 이를 사용한 병·의원들은 모두 1044개로 출신 의과대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연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수는 ‘서울’로 총 887개에 이르렀고, 카톨릭대를 상징하는 ‘성모’를 사용하는 병·의원은 613개를 차지했다. 또한 ‘고려’를 사용하는 병의원은 125개로 소위 ‘SKY 대학’ 가운데 고려대를 상호로 사용한 병·의원은 소수에 그쳤다.

진료과목별로 연세를 사용하는 의원은 과에 걸쳐 전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안과가 각광받는 카톨릭대의 실정을 반영하듯, 성모를 사용하는 의원은 '안과'가 절반이상을 차지해 대학 병원 내 인기 진료과목이 개원가 명칭 선호도로 이어졌다.

한 병원 컨설팅 전문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출신의과대를 병원명칭으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대학의 명성을 통해 환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연세대학교 의과대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서울대 의과대는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강해 개원가 입지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과 이름 앞에 해당 출신 학교 이름을 쓴 마포의 양모 원장은 “레지던트까지 합하면 근 10년을 보낸 학교에 대해 애교심차원에서 학교 이름을 넣었고, 출신 대학 이름 덕에 동문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이 출신 대학에 근거한 이름짓기는 고루한 ‘명문대 우월주의’라며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의사회의 한 간부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진료에 대한 소신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학벌에 근거해 병원명칭을 정할 경우, 환자는 의사의 능력보다는 학벌에 의존하게 돼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출신대학에 따른 명칭 외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자신의 성(姓) 또는 이름 석자를 사용해 지은 전형적인 경우.

이번 자료 분석 결과에도 김내과의원, 김○○가정의학과 등 성명(姓名)을 사용한 이름 가운데 ‘김’이 들어간 명칭은 2000개에 달했고, 뒤이어 ‘박’이 포함된 명칭이 800여 곳, ‘이’가 들어간 명칭이 600여 곳에 달했다.

한편 최근에는 젊은 층 환자의 병원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진료과목의 특징에 맞는 이름들이 환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아과와 정형외과는 ‘튼튼’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이 40개에 이르렀고, 성형외과·피부과처럼 외향적인 이미지가 부각돼야 하는 과목별 의원에는 ‘고운’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곳이 80여 개에 달했다. 또한 안과의 경우는 ‘빛’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새빛, 밝은빛, 참빛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50여 개에 이르렀다.

병원홍보마케팅 전문회사 ‘메디탈’ 관계자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병·의원들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이름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학벌을 강조하는 식상한 이름보다는, 환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이름을 짓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며 “네트워크병원의 경우는 CI를 제작해 통일성 있고 전문적인 이미지로 환자에게 다가서, 환자 모시기에 일정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