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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오염 어린이 지능발달 "비정상" |경북대의대팀서 정신지체아-정상아 비교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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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린이가 페인트조각을 입에 넣거나 화장품병을 입에 물고 노는등 생활습관으로 일부 중금속에 오염될 경우 지능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경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지난 87년부터 정신지체아(지능지수90이하) 2백97명과 정상아 1백17명을 대상으로 중금속과 정신지체의 관계를 조사, 최근 납·수은·카드뮴등 중금속이 두뇌발달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신지체아와 정상아의 머리털속에 포함된 중금속 함량을 조사한 결과 정신지체아의 머리털에서 납등 중금속함량이 정상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머리털을 채취재료로 삼은 것은 중금속은 혈액보다는 뼈나 머리털뿌리에 견고하게 결합하며, 머리털이 채취하기도 쉽기때문.
납의 경우 정신지체아의 평균함량이 14.97PPM인 반면 정상아는 11.36PPM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지체아 중에서도 지능지수가 낮아질수록 머리털 납함유량이 높아 납중독이 지능발달에 영향을 줌을 보여주었다. 정신지체아중 선천성 장신지체질환인 「몽고증」환자(39명)는 납평균함량이 12·08PPM을 기록, 성상아와 큰 차이가 없어 납중독에 의한 정신지체가 생활습관등 후천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사했다.
경북대의대 김두희교수(예방의학)는 『정신지체아의 납중독 경로는 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외국연구를 보면 페인트조각등 납이 들어있는 물질을 먹어 일어날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특히 병적으로 아무것이나 집어먹는 이식병환자들에게서 정신지체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은의 경우 정신지체아에게서 3.02PPM이 검출된 반면 정상아 집단에서는 2.02PPM이 나와 평균함량이 지체아에게서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50년대 일본에서 발생했던 수은중독공해병인 「미나마타」병 환자들에게서 출생한 아이들은 정상아에 비해 뇌의 무게가 3분의1 이상 가벼웠다』며 『여러 보고로 판단해 볼 때 수은중독이 뇌형성이나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이 수은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먼지·쓰레기·장난감·종이등을자주 입에 넣는 것은 수은중독의 원인이 될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카드뮴의 경우도 정신지체아에게서 1.02PPM이 나온 반면 정상아는 0.66PPM이었고 납과 마찬가지로 지능지수가 낮아짐에 따라 카드뮴의 함량이 높아졌다.
카드뮴은 주로 오염된 곡물을 먹어 몸속에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의대 정경간교수(신경과)는 『납등 중금속은 뇌세포를 파괴, 지능저하를 가져올수 있다』고 밝히고 『어린이 중금속중독은 모체에서 태아로 옮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환경오염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특히 『어린이들이 벽이나 침대등에 칠해진 페인트 조각을 떼내 입에 넣거나 쓰고 남은 화장품병을 입에물고 노는 습관이 장기화할 경우 납등 중금속에 중독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모들의 각별한주의를 당부했다.
또 유해중금속이 들어 있는 알약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도 중금속 중독의 한 경로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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