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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전체주의 70년」과 결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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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바초프 정치적 선제공격으로 궁지서 탈출/민중호응 유도 개혁에 박차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5일 당중앙위 총회에서 공산당은 독재를 포기하고 집권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소련의 70년 전체주의 전통과 결별했다.
고르바초프는 또 그의 탁월한 정치적 선제공격의 능력을 과시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주만 해도 정치적으로 포위당한 곤경에 처한 지도자로 보였다.
그는 페레스트로이카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좌ㆍ우 양쪽에서 받고 있었다.
소수민족 공화국내에서의 소요는 소연방의 붕괴 우려마저 낳았었다.
지난달 19일 남부 카프카스 지방에서 일어난 민족분규에 대해 정부군을 투입,무력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 다음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측근 보좌관 몇명만을 대동하고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자신의 주말별장(다차)으로 들어가 칩거했다.
이곳에서 그는 당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서기장 재직기간중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고르바초프가 채택한 전술은 그의 장기라 할수 있는 『공격은 가장 훌륭한 형태의 방어』라는 전술이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다차에서 짜낸 전술은 5일 개막된 당중앙위 총회에서 공개됐다. 고르바초프는 당이 헌법에 보장된 소련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포기하도록 제안했으며,어느단계에 가선 공산당에 대립하는 정당들을 합법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새롭게 변신한 당은 앞으로 소련정치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할수 있으며,그 주위에 여러 군소정당이 존재하게 될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발언은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소련 정치에 다당제 도입을 「난센스」라고 일소에 붙였던 고르바초프로선 정치적으로 실로 엄청난 태도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고르바초프가 지금 쿠데타와 같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최대의 무기는 그에게 지난 5년간 안정적인 위치를 보장해 주었던 「개방」과 「정치권력」이다.
고르바초프는 중앙위 총회에 앞서 이미 장악한 대중언론매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대중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보수파에게는 이를 정치적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며칠사이 소련의 유력지들은 공산당내의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전환했다.
TV는 「보통사람들」을 동원,당이 페레스트로이카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는 인터뷰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이와함께 당 지도부에서 보수파들을 추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있다.
3천3백만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주간지 『논쟁과 사실』은 당중앙위원회가 공산당 스파이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한 언론인은 2백51명의 중앙위원중 1백85명이 퇴임할 나이가 지났고,반수 이상은 퇴임 정년보다 10년이상 그자리에 눌러앉아 있었다고 힐난했다.
지난해 보수파 편집국장 빅토 아파나셰프 후임으로 임명된 친고르바초프계 프릴로프가 발행하는 관영 프라우다지가 중앙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프라우다지는 내달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당기구의 대폭개편과 헌법 제6조의 삭제를 요구하는 광산 노동자 대표들과 고르바초프간의 회담을 대서특필했다.
고르바초프는 「위로부터의 혁명」을 지속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고무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것은 지난 4일 모스크바 크렘린 부근 광장에서 20만명의 모스크바 시민이 전례없는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였던 사실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이미 단기간내 달성되기는 기필코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은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난국에서 스스로 헤쳐나가는 위대한 정치적 수완을 과시했다.
◎고르바초프의 새 당 강령 요지
다음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5일 당중앙위 전체회의에 제시한 새 당강령 골자를 간추린 것이다. 전체회의는 고르바초프의 개막연설 형식으로 제시된 이강령을 손질,28차 당대회에 제출한다.<편집자 주>
▲개혁문제=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틀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변화와 관련,권위주의와 관료체제의 병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의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기본적인 이데올로기 면에서는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사고와 판단이라는 측면에서도 실현돼야 한다.
당은 과거 수십년간 계속돼온 사상적 독선에서 벗어나 국내정치는 물론 세계혁명 과정 및 개발이라는 관점에서도 구태 탈피가 시급하다.
▲급진 민주화문제=소련은 현재 정치적 다원화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는 가운데 급격한 민주화의 확산이라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때 어떤 단계에 이르러서는 (공산당이 아닌)정당들의 설립이 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공산당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할 것이다. 당은 헌법을 존중하는 모든 조직과 대화할 것이며 헌법이 인정하는 사회체제와도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당은 집권세력으로서의 위상 유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또는 법적으로 보장된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대신 엄격한 민주적 과정을 통해 부여되는 힘을 밑바탕으로 해야한다. 당은 소련내 안정구축을 위해 다른 정치 및 사회적 세력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들은 모두 사회주의 쇄신이라는 틀에 맞춰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 및 민족문제=경제문제와 민족분규 수습은 소연방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최고회의는 조만간 토지소유등 사유권인정 및 세제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또한 자치권 부여문제ㆍ연방과 공화국간 위상정립 등에 관한 입법조치도 곧 마무리돼야 한다.
▲국제문제=군축실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제관계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대화 활성화가 요구된다. 동구와의 동맹관계 강화를 비롯한 유럽 한가정(ALL EUROPEAN HOME)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권력구조 문제=당 상층부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당의 구조에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28차 당대회를 오는 6월말이나 7월초로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모스크바 타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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