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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73. 나의 꿈, 나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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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천길재단 소속 기관장들이 인천 송도에 있는 가천의대 생명과학연구소 앞에서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훈 길병원장,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박영복 경인일보 인천본사 사장, 필자, 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이우종 경원대 부총장.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

어릴 적 나는 바람개비 놀이를 곧잘 했다. 바람개비를 힘차게 돌리기 위해 열심히 달렸고, 바람이 센 산 위에도 자주 오르곤 했다. 돌이켜보건대 바람개비는 내 삶의 표상(表象)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람을 일으키려고 뛰어다녔던 것처럼 일이 없으면 끊임없이 일을 만들었다.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환자와 학생, 이웃과 국가를 위해 쉼없이 일했다.

나에게 거센 바람은 역경이 아니었다. 바람이 강할수록 나는 거친 바람을 이용해 바람개비를 힘차게 돌렸다. 이렇게 시골 소녀가 돌리던 작은 바람개비가 거대한 풍차로 변해 가천길재단을 일구는 에너지이자 원동력이 됐다.

작은 병원에서 시작한 의료사업은 이제 교육.언론.문화로 영역을 넓혀가며 우리 사회에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내 아호는 가천(嘉泉)이다.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을 지낸 유승국 박사가 헌정한 가천은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다. 난 가천길재단을 말 그대로 '성스러운 기운이 움트고 요동치는 곳'으로 만들고, 항상 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성취와 결실을 이끌어 내는 재단으로 키울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미래상은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국가와 민족에 기여하는 '종합공익재단'이다.

그 첫걸음이 2008년 시작된다. 재단 설립 50주년을 맞아 교육과 의료.문화.봉사.언론 등을 '사랑'과 '봉사'라는 정신으로 묶은 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난 그 토대 위에 새로운 100년의 꿈을 설계할 것이며, 1000년 이상 존재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 나갈 것이다.

가천의대 길병원은 진료와 연구.교육이 일체가 된 '메디컬 클러스터'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의료기관을 넘어 세계 속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 가천의대와 경원대는 '세계 100대 대학'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이끌 리더들이 두 곳에서 끊임없이 배출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맥박이 멈출 때까지 내 모든 것을 가천길재단에 바칠 생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과 비전이 어디 나 혼자만의 열정과 노력으로 되겠는가. 역경을 함께 이겨낸 재단 가족의 땀과 눈물이 오늘의 결실을 거둔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되면 나의 꿈과 가천길재단의 미래는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처럼 세계 무대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내 인생 역정과 재단의 희로애락을 보며 같이 웃고 울면서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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