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역할 축소… 개혁 걸림돌 제거/소 공산당 정강정책 개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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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바초프 권력강화 포석/당 정치개입 견제­“제2 페레스트로이카”/리가초프 포함 보수파 제거 확실
소련정치에 변화의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5일 개막된 소련공산당중앙위총회는 앞으로 소련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가름하는 중요한 역사적 회의가 될것같다. 회의에 앞서 현재 모스크바에서 나돌고있는 새로운 당정강정책개혁안에는 가위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져있다.
이 안을 보면 ▲사회민주주의표방 ▲공산당독재 포기와 다당제 도입 ▲정치국 폐지ㆍ중앙위원회 개편등 당기구 전면개편 ▲사유재산인정및 자유시장경제도입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안은 고르바초프의 고심에 찬 사고끝에 결정된 사항으로 그동안 개혁과 보수의 중간입장을 견지,소련정치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혁을 추진해온 고르바초프가 앞으로 급진개혁입장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고르바초프의 결정은 4년여동안 계속해온 그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추진과정에서 기대했던 당의 역할에 대한 커다란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당이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의 전위가 돼줄것을 기대했으나 그동안 당은 그의 개혁정책을 제대로 뒷받쳐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개혁에 사사건건 개입,그 내용을 희석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걸림돌이 돼왔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앞으로 당의 정치개입을 막고,당은 그 본래역할인 소련사회가 나아갈 기본방향을 정하는등 종전에 비해 훨씬 약화된 역할로 축소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73년간의 소련역사를 통해 계속 유지돼온 기본원칙,즉 소련사회의 주도적 선도세력으로서의 당,국가및 공공기관의 핵으로서의 당(소련헌법 제6조)을 그 근본부터 흔드는 일대 개혁이라 할수있다.
다시말해 고르바초프는 당의 역할을 어느정도까지 약화시킨 상태에 둠으로써 당이 자신의 개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자신은 당의 압력으로부터 「초연한」 위치에 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지난달 30일 미CNN­TV가 보도한 고르바초프 사임설은 단순한 오보라고만 볼수 없으며,서기장사임도 그의 실각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강화로 해석이 가능할것 같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소련정치개편 구도는 사실 지난해 11월26일 고르바초프 이름으로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에 기고한 장문의 논문에서 이미 그 싹을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오늘날에도 계속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하고 『사회주의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새로 채택될 강령은 앞으로 소련공산당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사회민주주의」라고 지적하고,오는 7월 예정보다 앞당겨 개최될 제28차 당대회에서 당명을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는 그동안 소련공산당에서 가장 금기시돼온 용어다. 19세기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사회민주주의는 마르크스주의 실천면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산주의와 동의어로 인정돼왔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 볼셰비키가 공산당으로 개칭한 다음부터는 반공산당 사회주의를 의미하게 됐으며 소련공산당으로부터 수정주의로 취급,가장 배타시되던 용어였다.
레닌은 일찍부터 사회민주주의를 소련공산당이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지적,혁명과정에서 수많은 사회민주주의자를 숙청,도태시킨바 있다.
그러한 소련이 지금와서 사회민주주의를 다시 표방한다는 것은 변화도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이번 당중앙위 총회를 그동안 자신의 개혁을 방해해온 당내 보수파 일소의 계기로 삼을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제거될 대상으론 정치국원 리가초프와 자이코프가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또 이에 그치지않고 이번 기회에 정치국을 완전해체하는 한편 중앙위대신 집행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도 어려운 과제를 안고 열리는 이번 중앙위총회엔 고르바초프로선 그의 페레스트로이카의 사활이 걸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며,보수파와 개혁파가 서로 필사적인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중앙위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숙청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보수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의 개혁정책이 그대로 채택될지 일부 우려도 없지않으나 대세는 이미 고르바초프쪽으로 기울고 있는것 같다.<정우량기자>
□당정치국 구성 (89년 9월20일 개편)
성 명(연령) 직 책 성향
고르바초프(59) 당서기장 개혁
리가초프(70) 농업담당 보수
자이코프(67) 모스크바시당제1서기군사ㆍ경제담당 보수
크류츠코프(66) KGB의장 중도
리슈코프(61) 총리 중도
셰바르드나제(62) 외상 개혁
보로트니코프(64) 러시아공 총리 보수
마슬류코프(53) 국가계획위의장 중도
야코블레프(67) 대외정책담당 개혁
메드베데프(61) 이념담당 중도
슬륜코프(64) 사회경제담당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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