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1세기 먹거리 도시산업에서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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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도시설계가이며 건축가인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 학장이 30일부터 9월 5일까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전시회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김 학장은 "도시 산업으로 한국의 21세기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산업을 통해 21세기 산업전략을 짜야 한다는 전시회의 내용을 요약한 김석철 학장의 글을 싣는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는 도시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빠른 산업화에 따라 중국에서는 10~20년 사이에 3억에서 5억 명에 이르는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릴 것이다. 이는 10만~15만 인구의 도시 3000~5000개가 10~20년 사이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인도 역시 시차는 있으나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과 인도의 도시들이 세계 인구의 5%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쓰는 서양 도시의 길을 따라가면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10~20년 안에 인구 10만~15만의 도시 1만 개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면 완벽히 통제된 제작 방식에 의한 '디지털 시티' 건설이 필수적이다. 도시개발을 철저히 계량화해 통제하는 디지털 시티 개발은 인류가 지금까지 이룬 가장 위대한 발명이 될 것이다.

김 석 철 명지대 건축대 학장

이 같은 디지털 시티의 모델 개발에 한국이 나서야 한다. 다행히 한국이 지식정보화에서 세계 강국이 되었고 도시건설의 기본 기술인 전자.조선.철강.자동차.석유화학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시티 모델 개발에 성공하면 중국의 5000개 도시, 인도의 3000개 도시 건설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중국과 인도의 신도시 건설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같은 전략을 위한 출발점으로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우수작품으로 지명됐던 중국 취푸(曲阜)특별도시구역 설계안과 베이징의 두뇌라 불리는 중관춘첨단산업지구에 대한 디지털 시티 설계안을 선보였다.

한편 참여정부는 시종일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천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서두르기만 했다. 국가 균형발전의 요체는 지방권의 자립과 세계화이며, 이를 위해 적정 규모의 지역권을 설정하고 각자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립이 가장 어려운 곳이 한국의 서남해안이다. 서남해안에는 서해가 신경제권역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판을 염두에 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산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5000만 화교를 서남해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남해안 바다 오아시스 계획은 이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설계안이다. 서남해안에 다섯 오아시스를 만들고 바닷길을 열어 다도해와 제주도.진도.완도가 일일생활권이 되게 하고 적절한 위치에 3만~5만 인구의 도시를 만드는 내용이다(그림). 단순한 지역 균형발전을 넘어선 21세기 동북아시아를 향한 세계화 전략을 서남해안에 접목시켜야 한다.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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