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풍선효과 … 도박, 안방 문턱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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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법 도박장이 단속을 피해 안방까지 파고든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도박장 운영자들은 아파트에 경마 베팅 시설을 들여놓는가 하면 성인 PC방을 차리기도 했다.

◆ '아파트 경마'=서울 서초경찰서는 잠원동 H아파트에 경마 베팅시설을 갖춰 놓고 100억원대의 마권을 발행해 온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로 최모(43)씨 등 두 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4월부터 3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베팅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들여놓고 실제 마사회 경마에 돈을 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경마 결과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점을 이용,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아파트 내의 베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베팅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씨에게 전화로 경마권을 주문하고, 폰뱅킹.계좌이체로 대금을 지불했으며 1, 2등을 맞히면 100%의 배당금을 받았다.

사설경마 일당은 승패를 맞히지 못한 경우 베팅 액수의 20%를 돌려주는 방법으로 손님을 끌었다. 마사회에서 정한 베팅 상한액은 10만원이지만 사설경마장에서는 한 사람당 수천만원까지 도박에 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씨 등은 경마장 등을 돌며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250여 회에 걸쳐 베팅을 주선하고 참여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은 베팅금 수십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경찰은 베팅에 참가한 17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 '가정집 성인 PC방'=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후암동의 다세대주택에 살면서 무허가 성인PC방을 차려 놓고 영업을 한 혐의(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황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이달 중순 자신의 집에 컴퓨터 7대를 갖춰 놓고 '세븐포커' '바둑이' 등 온라인 카드 도박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현금을 게임머니로 바꿔 주는 과정에서 딜러비 명목으로 16%의 수수료를 받아 보름 만에 3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30여 명이 주택 도박장에 드나들었으며 이 중에는 인근의 가정주부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 지방으로도 번져=이 같은 현상은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최근 원룸에 컴퓨터 5대를 설치해 온라인 포커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서모씨를 입건했으며, 부산에선 연제구 연산동의 한 주택에서 김모(37)씨가 컴퓨터 10대를 갖춰놓고 성인PC방 영업을 하다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성인 PC방이 도박판의 '하우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반 주택에 숨어든 것은 간판이 없어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컴퓨터 수가 적어 장소 이동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단속이 심해진 만큼 수수료는 이전의 2%에 비해 2~4배가량 많이 챙겼다고 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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