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본격 해외 진출 노리는 권상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리면 일본인 직원이 입국신고서 견본을 들고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를 돈다. 혹시라도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이라면 '홍길동'이 있어야 할 성명란에 '권상우'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지난달 일본 NTV의 인기 버라이어티 쇼 '게이코이레아루(藝戀REAL)'는 연령과 성별에 따라 총 4만 명씩을 대상으로 '최고의 인기인'을 조사했다.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연예인에서 정치인.스포츠맨.작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 응답 결과 권상우는 젊은 여성층(18~25세)에서 60위, 중.노년층(50세 이상)에서 24위를 기록해 수많은 '한류 스타' 중 유일하게 양쪽 순위에서 모두 100위 내에 드는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권상우는 아직 이 '힘'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 멀었어요. 일본에선 한 게 없는걸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빅 히트에도, 최근 잇따라 치렀던 영화 '야수'와 '청춘만화'에 대한 일본 팬들의 성원에도 그는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로 비유하곤 한다. 그는 올 하반기를 '해외 진출 시기'로 잡고 각종 행사를 기획 중이다.

7월과 8월 각각 일본 후쿠오카와 도쿄를 방문한 뒤의 스케줄이 그의 생각을 잘 말해준다. 자신이 모델을 맡고 있는 화장품 메이커 더페이스샵과 함께 9월 초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10월에는 대만과 필리핀을 찾는다. 9월 30일에는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의 홈구장인 사이타마 세이부돔에서 불우 아동 돕기 행사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11월쯤엔 건강과 신체관리를 소재로 한 사진집과 DVD를 낼 작정이다. 모든 드라마와 영화 스케줄은 내년 초로 미뤘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을 몇 차례 방문하긴 했지만 해외 팬들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던 게 걸려요. 사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좋아해 준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인데, 저는 그동안 너무 받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멀리 보면 권상우의 '아시아 진출' 전략은 그의 가장 큰 꿈인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영어 실력과 연기력도 기본이겠지만, 그전에 '권상우를 잡으면 아시아 시장을 잡은 거나 다름없다'는 신념을 심어주지 않는 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손을 내밀 리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라면 누구에게나 꿈이죠. 최근에 '록키'를 다시 봤는데 실베스터 스탤론이 권투 코치 역할을 하고 저는 LA의 불법체류자인 젊은 복서 역을 맡으면 어떨까 상상하곤 해요. 요즘 운동으로 권투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작이나 연출에는 큰 관심이 없다지만 그는 혼자 드라마 스토리 구상을 즐긴다. "시놉시스로 정리는 하지 않았지만 '이건 먹힐 것 같다' 싶은 아이디어가 2~3편 있어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를 보면서도 머릿속으로 캐스팅을 하고 콘티를 그려 봤다. 당장은 같은 아시아인의 정서에 호소해 관객을 '펑펑 울릴 수 있는' 멜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데뷔 6년. 스스로도 너무 가파르게 올라왔다는 생각을 한다. "군대 막 제대하고 나서 무작정 서울 목동의 이모네로 올라왔는데 그때 용돈이 한 달에 15만원 정도였어요. 일단 3만원은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비로 썼고, 청담동과 압구정동에 몰려 있는 모델 에이전시를 하루에 열 군데씩 발로 돌면서 일거리를 찾았어요. 그때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생겼죠."

최정원(UN)과 공효진은 당시의 '고생'을 아는 친구들. 이렇게 배 곯던 시절이 있어 남달리 정에 약하다. 최근 '뇌종양 파문'을 일으켰던 이의정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병원으로 달려갔다. 소식 듣고 혀를 찬 연예인은 많지만 직접 찾아가 위로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래도 워낙 내성적이라 주위에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연예계의 죽마고우는 송승헌이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차승원과 류승범. 둘 다 함께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인데 차승원에겐 특히 할 말이 많다.

"형, 아무래도 이 말은 꼭 해야 할 것 같아. 술 마시면 전화해 늘 '상우야, 다음 영화는 꼭 같이하자'고 하면서 왜 낮에는 아무 말도 없는 거야?"

글=JES 송원섭 기자.사진=한영신(ARTHUB TEO)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