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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강만길씨 등 진보측 실명 비판…보수, 이념논쟁 주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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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수가 주도권을 쥐고 진보를 공격하는 새로운 양상의 이념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엔 대개 진보가 공격하고, 보수는 방어를 했다.

뉴라이트(신보수) 기관지 계간 '시대정신'(발행인 안병직.편집인 신지호)과 진보 성향 계간지 '역사비평'(발행인 김백일.편집인 서중석) 가을호는 각각 특집을 싣고 상대 진영을 공격했다. '시대정신'은 대표적 진보 학자인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등 잇따른 선거 참패로 수세에 몰린 진보 진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역사비평'은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거의 거론조차 하지 않던 뉴라이트의 활동을 분석하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뉴라이트가 기세를 올리며 공격을 가속화한다면, 진보 진영은 전열을 재정비하는 양상이다.

◆뉴라이트의 도발적 실명 비판='시대정신'은 거물급 진보 지식인을 실명(實名)으로 비판하는 시리즈 '우리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을 시작했다. 첫 타깃이 강만길 교수다.

필자는 고려대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 제목은 '민중을 저버린 민족사학자, 강만길'. 그는 "강만길 교수의 역사관은 출발이 잘못되었다"며 일제시대와 분단.냉전 등에 관한 강 교수의 역사관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해방과 대한민국 건국사에서 친일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 분단 및 냉전 세력은 김일성과 소련인데, 친일과 분단 냉전세력을 하나로 인식하는 강만길 교수의 인식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착취와 억압이 존재하는 북한 김정일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통일을 논하는 것은 폭력에의 동참일 뿐"이라며 "민중의 역사를 추구했던 강 교수가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전근대적 폭력자의 어용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비극"이라고 질타했다.

'시대정신' 측은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거물급 진보 지식인들에 대한 실명 비판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겨울호에는 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발행인이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창비 편집인을 직접 비판하는 글을 실을 계획이라고 한다.

◆진보 측의 뉴라이트 공개 비판=진보 진영은 그동안 뉴라이트의 활약에 무관심한 듯한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역사비평'의 뉴라이트 공개 비판은 이례적이다. 진보 진영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대응으로 읽힌다.

'역사비평'의 김성보(연세대 교수) 편집주간은 머리글에 밝힌 기획의도를 통해 "뉴라이트의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을 비판하는 두 편의 글을 긴급히 수록했다"며 "뉴라이트 측의 공세는 충분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제기되기보다는 정치적 비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해구(성공회대) 교수는 '뉴라이트 운동의 현실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글을 통해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와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부분적 차별성보다 본질적인 동질성이 더 크다"며 "뉴라이트 운동이 현실의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우파의 사상운동, 우파의 시민운동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썼다. 뉴라이트단체인 교과서포럼을 분석한 신주백(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박사는 "교과서포럼의 행동을 보면 일본의 우익 시민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역사교과서를 공격하며 성장해 온 과정이 떠오른다"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역사교육의 측면에서, 그리고 좋은 교과서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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