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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스튜어드 스튜어디스 친근한 인상이 얼굴보다 중요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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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항공사 객실승무원(이하 승무원.스튜어디스)의 입사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지난해 대한항공 승무원 공채에는 100명 모집에 9100여 명이 지원했다.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높은 데다 보수도 적지 않다. 승무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스튜어드'로 불리는 남성 승무원은 대한항공이 20%, 아시아나가 7% 정도다. 대한항공은 따로 남성 승무원을 뽑지 않고 사무직원이 순환 근무한다. 아시아나는 여 승무원 100명당 5명꼴로 남성 승무원을 뽑는다.

승무원의 최우선 임무는 승객을 안전하게 돌보는 일이다. 승무원은 항공기 출발 1시간 전에 탑승해 비상 장비와 기내시설을 점검한다. 승객에게 안전 수칙을 알려준 뒤엔 식사.음료.읽을거리 등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승객이 내린 뒤 객실 상태, 분실물 등을 점검한 후 비행기에서 내린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의 한 달 평균 비행시간은 75시간. 하지만 비행 전후의 준비 시간 등을 합치면 근무 시간은 이보다 길다.

생각보다 고된 일이기도 하다. 유럽.미주 등 장거리 국제 노선을 타게 되면 13~14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서서 일해야 한다. 시차 적응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기초 체력이 필수다. 항공사들은 윗몸 일으키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으로 체력검사를 한다. 또 선반에 물건을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키가 162㎝ 이상(대한항공.아시아나 기준) 돼야 한다.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도 필요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토익점수 550점 이상만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김홍영 인사과장은 "3개월의 교육 기간 중 업무에 필요한 외국어 교육을 충분히 한다"며 "영어는 기본 실력만 갖췄는지를 보고, 인상과 서비스 마인드 등을 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선 승무원은 2년제, 국제선 승무원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응시할 수 있다. 전공은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 제한은 엄격한 편이다. 여성 승무원만을 뽑는 대한항공은 올해 채용 대상을 1981년 이후 출생자로 제한했다. 아시아나는 남성의 경우 79년, 여성의 경우 82년 이후 출생자로 정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김은진씨(左)가 항공보건팀 남궁영림 대리(왼쪽에서 둘째)의 지시에 따라 체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박종근 기자

'승무원이 되려면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대한항공 인재개발팀 홍인식 과장은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인상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무원 양성학원 '에듀스카이'의 표청오 본부장은 "항공사마다 선호하는 인상이 있는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미소가 자연스럽고 친근감 있는 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승무원은 출산.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무급 휴직을 쓸 수 있고 아기를 낳으면 최장 9개월까지 휴가를 연장하기도 한다. 매달 소정의 육아급여가 나온다. 다른 서비스직에 비해 보수도 높은 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정규직 승무원 초봉은 3150만원이다.

제주항공.한성항공 등 민간 항공사가 새로 생기면서 승무원 채용 규모는 커졌다. 올 2월 취항한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33명의 승무원을 채용했다. 노선을 확대하면서 연말까지 20여 명 정도를 더 뽑을 예정이다. 최근엔 외국계 항공사에 입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에듀스카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동방항공(120명).에미레이트항공(90명).말레이시아항공(30명).베트남항공(18) 등이 한국인을 뽑았다. 에미레이트항공에 들어가면 국제선 승무원으로 활동해야 해 영어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은 서울에서 생활하며 한국 노선에 투입된다. 외국 항공사마다 채용 신장 기준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은 162㎝, 남성은 175㎝ 이상은 돼야 한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Q&A

아시아나항공 오찬희씨는 입사 13년차 베테랑 승무원이다. 객실 서비스훈련팀 사무장으로서 일등석에서 일할 승무원을 가르친다. 그에게 승무원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2002년 9.11 테러가 일어날 당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태평양 상공에서 테러 소식을 접하고 비행기는 캐나다 에드먼턴으로 회항했다. 300명이 넘는 손님들과 함께 호텔에 흩어져 4박5일을 지냈다. 분유가 없어 고생한 아기 엄마, 영어를 못하던 중국 손님 등을 보살폈다. 결국 뉴욕에 이분들을 모셔 드리고 나니 눈물이 났다.

Q. 직업으로서 장.단점은.

A. 여성이 업무와 진급에서 차별받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단점은 명절.휴가철 등에 가족과 지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Q. 승무원 지망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A. 우선 체력이 좋아야 한다. 최악의 상태에서도 승객들을 보살펴야 한다. 외국어도 항상 갈고 닦아야 한다.

Q. 얼마나 많은 나라를 가 봤나.

A. 아시아나가 취항하는 17개국은 다 가 봤다. 처음엔 비행이 끝나면 신이 나서 여기저기 구경 다녔지만, 요즘은 현지에서 체력 관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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