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파병 임무 마치고 귀환 서희부대 김일영 대대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인들의 가슴 속에 한국의 사랑을 심고 왔습니다."

6개월 간의 파병 임무를 마치고 16일 귀환한 한국군 건설공병지원단인 서희부대 김일영(43.육군 중령)대대장은 구릿빛 얼굴을 활짝 웃어보이며 서울공항에서 귀국 신고를 했다.

金중령을 비롯한 부대원 5백73명은 지난 4월 30일 이라크 남부도시 나시리야에 파견돼 도로.급수장.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느낌도 들었다고 한다.

"전쟁 기간 중 약탈행위로 인해 학교는 칠판과 책걸상까지 몽땅 사라지고 출입문과 유리창마저 떼어간 상태였습니다. 미군 측으로부터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6곳의 학교에 선풍기까지 마련해 지난달 13일 새롭게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사정이 어렵기는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에어컨 등 시설은 물론 수도꼭지까지 뜯어가 기능이 완전 마비됐다. 金중령은 "부대원들의 노력으로 세곳의 병원이 정상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함께 파견된 의료지원 부대인 제마부대원 1백명은 4천여명의 지역주민과 2천6백여명의 동맹군을 진료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金중령은 이라크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데 착안해 7개의 축구장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군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가는 곳마다 "코리아 굿"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주민이 늘어났다. 金중령은 "부대 인근 알하디디 마을과의 자매결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파병 초기에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57도를 기록하는 더위에 일사병에 걸린 병사들이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막사 내에 에어컨.냉장고.목욕시설 등을 갖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다 사병들에게까지 월 1천6백75달러의 파병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1진 병력 가운데 잔류를 희망한 장병들이 적지 않았다.

金중령은 "나시리야 지역은 후세인 정권에서 소외됐던 시아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테러위협 등 부대의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