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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비디오 추방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중 소비시대가 옴에 따라 사람들은 그 이전보다 여가를 훨씬 더 재미있게 보내려 드는 경향이 커가고 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나면 낮잠 자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최고의 낙이었다. 70년대에는 텔리비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80년대부터 컬러화와 함께 서민 오락의 절대적 위치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최근에는 VTR가 대중화되면서 일부러 극장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영화들을 방화ㆍ외화 가릴것없이 안방에 누워서도 비디오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락의 수단이 얻기가 손쉬워지고 그 효용도가 높아질수록 여기서 초래되는 부작용이나 폐해도 그만큼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비디오영화 내용의 문제점이 뜻있는 사회단체나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최근 서울 YMCA의 모니터 모임인 「건전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홍콩의 비디오 액션영화를 분석한 결과 그중 73%가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특히 최근 우리의 사회문제로 등장한 마약범죄가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 모임은 이에 앞서 작년 11월에는 비디오 공포영화를 모니터한 결과 정신질환자나 이상성격자에 의한 무차별 살인장면이 줄거리도 없이 연쇄적으로 전편을 일관하는 것이 대부분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해외수입 비디오가 이렇듯 범죄와 살상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국내에서 제작된 비디오영화는 95% 정도(작년 9월말 현재 공륜심의위 통과기준)가 이른바 포르노라 불리는 성인용 음란영화였다고 한다. 이런 공식적인 조사및 심의에 체크되지 않고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수많은 불법비디오의 가공스런 내용들을 상상해 보면 그것들이 우리 사회나 국민의식,특히 청소년의 정서에 미칠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다.
폭력이나 마약ㆍ살인 등 범죄영화를 자주 보게 되면 이러한 범죄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이 마비돼 범죄 자체가 일상적인 일처럼 인식을 왜곡시킴은 물론 모방심리까지 작용돼 결국 범죄를 부추기게 된다.
또 선정적인 분위기에 자주 접하다 보면 인성 자체를 향락 지향적,퇴폐적으로 타락시킬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사람들이 이런 저질비디오에 탐닉하게 되면 화면중독에 빠져 능률과 활력이 저하되고 건전한 레저ㆍ오락ㆍ스포츠로부터 멀어지게 되며 결국은 문화의 저질화까지 초래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해악과 독소가 되는 저질비디오는 정부와 사회ㆍ가정이 협동하여 근절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는 비디오영화에 대한 심의를 보다 엄격히 하고 만화가게ㆍ비디오업소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현재 서울 일부 변두리에서 한밤중에 공공연히 방영되고 있는 유선TV망의 에로영화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사회단체들도 유해비디오물의 모니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에 고발 또는 저질비디오 추방캠페인같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를 바라고 싶다.
청소년에 대한 비디오 시청문제는 가정에서 부모가 정신차리고 규제해야 한다. 중ㆍ고생 60%가 성인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고,이중 46% 넘게 그것도 자기집에서 보았다는 조사결과는 부모들의 각성과 책임감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비디오라는 첨단적 문화도구가 인간의 정서를 병들게 하도록 오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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