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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69. 건강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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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걷기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

나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갖가지 보고를 받고 그날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일 올라오는 여러 기관의 보고서만 하루 50여장에 이르고, 그것들을 일일이 챙기느라 아침부터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게 내 일상이 됐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차 안에서 보고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떤 경우에는 하루 일정이 너무 빡빡해 식사를 차 안에서 해결할 때도 있다.

이같은 일상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 가운데 나에게 "회장님은 무슨 비법을 쓰길래 매일 강행군을 하면서도 그렇게 건강하십니까"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지키는 조건으로 '7시간 이상의 숙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4시간 이상을 자 본 기억이 없다. 학창시절 이래의 습관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건강하게 지내온 비결을 얘기하자면, 대략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걷기'다. 시골 출신인 나는 걷기가 생활의 일부였다. 초등학교는 우리 집에서 4㎞가 넘는 면소재지에 있었기 때문에 매일 장거리를 걸어 다녔다. 여고 때도 집에서 5리쯤 떨어진 역까지 걸어가 기차로 통학을 했고, 기차가 예고 없이 오지 않을 때엔 20리 떨어진 집까지 걸어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몇 해 전 내가 가천의과대 강화캠퍼스를 둘러볼 때 당시 김용일 총장이 앞서가는 나에게 "이사장님, 학교에서는 천천히 걸으셔야 합니다"며 귀띔해 준 적이 있다. 그리곤 "(경원대) 총장도 맡고 계시니, 점잖게 보이셔야 합니다"라며 충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빠른 걸음은 70년 넘게 내 몸에 배어버리고 만 것을. 난 지금도 하루 일과가 아무리 늦게 끝나고 피곤해도 집에서 1시간 이상 걷기운동을 한다.

둘째로, 나는 지금도 할 일이 많고, 그 일들이 행복해서 건강한 것 같다. 의사 초년 시절부터 환자들에 갇혀, 항상 잠이 부족했다. 한 시간 만이라도 푹 자보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환자의 숲을 뛰어 다니며, 먹을 것을 제 때 못 먹는 수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고, 나를 도와주는 직원들이 있어서, 나는 마냥 행복하게 일했다.

셋째는 '활짝 웃는 것'이다. 나를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회장님의 즐겁고 밝은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 때문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난 그것이 '웃음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웃음으로써 상대방도 유쾌해지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일상의 활력소가 될 뿐아니라 조직과 기관의 생산성과 문화도 좋아지는 것이리라.

우리 직원 가족은 내가 웃음을 중시하는 것을 잘 안다. 채용 면접을 할 때, 내가 "한번 활짝 웃어 보세요"라고 자주 주문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머경영'이란 것도 나오는 세상이 아닌가. 난 크게 웃고 자주 웃으며, 주위에도 그렇게 하기를 권한다. 나라고 마음이 불편할 때가 왜 없겠는가. 하지만 금새 평상심으로 되돌아가려고 노력한다. 웃음은 긍정적인 사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자세와도 이어지는, 건강한 삶을 위한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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