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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공산주의 포기안한다/폴 니츠 전 미군축회담 대표(해외논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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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미국의 전략무기 감축회담 대표였던 폴 니츠씨는 고르바초프의 소련은 개혁을 위해 동구의 대변혁을 뒷받침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공산당의 정치지도 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츠씨는 또 이같은 공산국가의 당 우위론이 경우에 따라 민중의 저항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서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니츠씨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기고한 「고르바초프의 복귀계획」이란 제목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편집자주>
지난해 동구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혁을 놓고 「공산주의의 종언」을 예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브레진스키,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물론 필자까지도 궁극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세계정복은 이제 생각조차 할수 없으며 공산주의는 나치즘ㆍ파시즘의 전철을 밟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동구혁명은 1848년 실패로 끝난 독일ㆍ오스트리아ㆍ헝가리의 부르좌 시민혁명을 연상케 한다.
당시 지도력이 쇠퇴해있던 빈체제는 혁명세력에 무기력하게 대처,비교적 유혈충돌이 없었으나 다음해 정치력을 회복한 보수세력이 더욱 반동체제를 강화함으로써 혁명정신을 아예 말살해 버렸었다.
지난해 루마니아 차우셰스쿠를 제외한 동구 지도자들도 무력충돌없이 순순히 국민들의 개혁요구를 수용했다.
이때 고르바초프는 동구 지도자들에게 무력진압보다는 당과 정부를 개혁,공산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토록 권유했다.
공산주의는 이데올로기인 동시에 훌륭한 위기관리 방법론이다.
크렘린 지도자들의 이 위기관리 방법론은 신중히 교육받고 선발된 소수 엘리트로 구성된 1당이 능률적으로 지배하는 정부와 사회,한 개인에 의해 지배되는 피라미드형 정치체제를 이상형으로 한다.
그들은 이 체제가 대중정보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통일된 명령체계 및 충격요법을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비공산주의 체제보다 위기 관리능력이 우월하다고 보고있다.
물론 그들도 공산주의의 결점을 알고 있다.
체제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선거제도의 결여,지배 엘리트계층의 부패,정보전달 체제의 완전통제에서 오는 각종 위험성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산주의 없이는 사회의 일체성과 목표가 사라져 버릴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장기적인 이념투쟁보다는 공산당 조직 유지에 치중하고 있는것 같다.
고르바초프는 지난해 12월 23일 전국인민대의원대회 석상에서 『나의 궁극의 목표인 공산주의 완성은 아직 멀리있지만 나는 확실한 공산주의자다. 지금 나의 목표는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것이며 이는 스탈린식 방법이나 자본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격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더욱이 지난해 몰타회담에서 드러난 고르바초프와 미 부시대통령과의 회담내용은 고르바초프가 아직도 자유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르바초프는 또 세계가 여러갈래로 분열,공산주의 위기관리 능력을 결정적으로 이용할 상황이 또다시 도래하기를 기다리며 그때까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공산당 조직 유지에 주력할 것이다.
이를위해 고르바초프는 소위 「공산주의자 윤리」를 내세워 탄압정책을 취할수도 있다.
국민들이 탄압정책에 반발,소련내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이는 서구ㆍ미국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공산주의자 윤리의 부활은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는 수천만 자유인들의 열망을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소련내에 혼란이 발생,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험상황을 가져올지라도 결코 소련내 공산주의자 윤리가 부활하는 것은 저지해야 할 것이다.
□약력
폴 니츠(83) ▲국무부경제담당 차관보 보좌관 ▲국무부정책기획실장 ▲중거리 핵미사일 협상 대표 ▲미해군 장관 ▲제네바군축회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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