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배반의 장미」김수현 드라마 속편 보는 느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새해시작과 함께 방송되고있는 MBC-TV 주말연속극『배반의 강미』는 새로운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판에 박힌 멜러 드라마다.
19개의 광고스폰서가 붙고 작가에게는 3억원대의 개런티가 지불됐으며 광고주들이 광고를 따내려고 거센 로비까지 벌였었다는 이 드라마가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 시청자들을 외면한 듯해 아쉽다.
『배반의 장미』배역들은『사랑과 진실』『사랑과 야망』등 김수현씨 극본 드라마의 단골출연진.
따라서 이번 드라마는 배경만 다를 뿐 내용이나 인물성격이 너무 흡사해 종래 김수현씨 드라마의 또 다른 속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김수현씨 드라마들은 항상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 변화 없이 ▲비극적이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상류사회와 끈을 잇게되는 과정 ▲숙명적으로 전개되는 삼각관계 ▲인물들의 재기와 묘미 넘치는 언어들이 주종을 이뤄왔다.
그런 한편 김수현씨 드라마는 배역들을 보고 드라마 전개를 예상하게되는 한국 방송드라마의 한계성을 보여준다.
일례로『배반의 장미』에서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의 남편 역을 비중 있는 연기자 남성훈씨가 맡은 것은 남편이 계속 식물인간으로 남지 않고 회복돼 또 다른 갈등의 원인으로 등장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작가 김수현씨는 자신이 쓴 극본의 배역을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골손님」들이 앞서의 드라마에서와 비슷한 개성으로 출연하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리란 예감을 갖게 한다.
드라마 중에 재벌후계자(이정길분)가 카피라이터인 주인공(정애리분)에게 광고를 거부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하다못해 장마철 개구리 합창 속에서도 가끔 맹꽁이 울음이라도 들려야지 않겠느냐.』
최고인기방송작가인 김수현씨에게 아름다운「맹꽁이 울음」을 기대하고싶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