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고장 의원선거 열풍이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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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새해 정초부터 「지자제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말 정기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개정안이 부칙에 지방의회의원선거는 올해6월30일까지로 못박아 올상반기중의 한차례 선거열풍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선거가 실시된다면 5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후보들이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양당구조니, 소련정·대련정이니 하는 정계개편론에 내각제 개헌설까지 여야 각진영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는 통에 금년 지방의원선거는 이래저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망생 바쁜 걸음>
각 당은 이에 따라 당내지자제 연구팀을 확대·보강하는 한편 지방의원선거법과 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이 걸린 2월 정기국회까지는 법안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최선을 다하되, 법 통과 이후에는 선거대비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는 일정도 제각기 마련했다.
또 전민련등 재야단체와 신당추진파(「진보적 대중정당건설을 위한 준비모임」)도 이번 지방의회선거에 만큼은 자파 세력을 당선시킨다는 목표아래 단체별 연합, 또는 일부 야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어 선거전은 결코 간단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별로 은연중 후보자 물색이 시작된 가운데 각 지구당사무실에는 공천을 따내려는 지방의원 지망생들의 발걸음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번 지방의원선거는 90년대 정국의 한 분수령이 될 조짐이다.
정계개편 논의의 결정적인 지침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며 뒤이어 진행될 자치단체장선거, 14대총선, 차기 대통령선거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5공청산, 박준규대표위원발언등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민정당은 지자제선거를 다음 정국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유력한 시험대로 삼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다.
민정당은 또 지난해말 통과한 지방자치법에서 정당공천제와 부자치단체장 임명방법등 두가지 중요사안을 야권에 양보한 것을 의식, 선거구 확정과 의원정수·선거운동방법등이 걸려 있는 지방의원선거법 만큼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합공천제 활용>
정당공천제를 허용키로 한데 대해서는 선거법상의 의원정수를 되도록 줄이도록 유도함으로써 지방의회외 여소야대현상을 최소화 해보자는 것이 민정당의 복안이다.
그러나 새 지방자치법은 이외에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의회해산권·불신임권을 모두 인정치 않고 있어 양자가 대립할 경우 해결방도가 없고, 의회가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조사권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지적도 있어 『5공청산에 패키지로 묶여 법안을 졸속처리한 것 아니냐』 는 푸념이 뒤늦게 나오는 형편이다.
다만 인적 자원이나 자금동원력면에서는 야권이 따라올 수 없고, 연합공천제를 활용해 야3당을 이이제이식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은 여당만의 강점이다.
야3당중 지자제 실시에 가강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평민당은 이번 지방의원선거가 당 안팎의 난기류를 극복하는 동시에 당의 수권태세를 강화하는 유력한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겸 관측을 하고 있다.
즉 『5공청산에 맥 없이 합의해 주었다』는 당내 및 호남지역의 반발을 지자제 바람으로 상쇄하는 한편 김영삼민주당총재가 자주 거론하는 정계 개편론도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평민당 공천자를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전국적으로 당의 뿌리를 굳게 내리도록 하고 지방행정에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지난달 27일 당 송년회에서 『우리가 90년 지방의원선거에서 승리하고 91년 단체장 선거에서 서울·광주·인천·전주등만 장악하면 사실상 「반집권당」이 되는 것』이라며 지자제에 대한 포부를 구체화했었다.

<엇갈리는 두 야당>
평민당이 확신에 가까운 희망을 가지고 지자제에 임하는데 비해 민주당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속에 정계 개편론까지 겹쳐 발빠른 대처는 하지 못하는 상태.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뚜렷한 후보감마저 없는 탓에 민주당내 비관파 중에는 『이대로 선거를 맞이 했다가는 당선될 곳은 거제(김영삼총재 출신지) 뿐』 이라는 극단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공화당도 지자제선거에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이지만 중선거구제하에서 자치구당 의원정수를 4명정도까지만 늘리면 당선권에 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 선거법안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법협상이 매듭지어지는 올 2월부터 당내에 「중앙지자제 대책기구」와「지방지자제 대책기구」등 두개 기구를 가동, 후보자선정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당직위촉·지자제교육등 본격적인 선거채비에 나설 계획이다. 공화당측은 『지난 해 각 지구당에 지방의원·단체장 후보영입을 독려한 결과 이미 1천여명이 확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제도권 4당이 지자제선거를 통해 나름대로 큰 기대를 걸듯이 재야도 이를 정치적 진출의 시험대로 생각하고 있다.
전민련은 현재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선거참여여부를 논의중이나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의 신당추진파와 전민련, 「지역·업종별 노조전국회의」, 전농련등 노동·농민운동권에서 지자제선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경우 마산·창원·울산등 공단지역과 호남지역에서는 예기치 못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당공천제아래 실시되는 이번 지방의원선거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4당체제에 기득권을 보장해주고 자칫하면 4당분할구도를 더욱 굳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서울대 박동서교수(행정학)는 『정당의 형태에 대한 불신감이 그렇지 않아도 팽배한 마당에 지방자치제에까지 중앙당의 공천권을 인정했으니 결과적으로 지방당 육성을 저해하고 지방분권을 더디게 하는 모양이 됐다』고 우려했다.

<교부세 대폭 상향>
그러나 현행 4당구조를 현실로 받아들일 경우 정당문화가 도시·농촌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각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문제는 내국세중 지방교부세로 돌리는 비율을 대폭 상향조정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론이다.
여야4당이 선거준비에 앞서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부분은 당연히 지방의원 선거법이다.
민정당은 시·도의회의 의원정수 문제에서 ▲시·군·구단위로 2인씩 뽑되 인구 30만명을 초과하는 곳은 20만명마다 1명씩 추가하고 ▲같은 시·구가 2개 이상의 국회의원선거구로 나뉘어 있을 때는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2명씩을 뽑는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시·군·구의회의 의원정수는 ▲시·자치구의 경우 동마다 1명(인구2만 초과때는 2명)씩으로 하되 전체의원수는 최소 15명, 최고 25명으로 하고 ▲군은 읍·면마다 1명(인구2만 초과 때는 2만명마다 1명씩 추가) 씩으로 하되 최소 10명, 최고 20명으로 의회가 구성되도록 했다.

<서로 제휴 가능성>
민정당의 안대로 지방의회가 구성될 경우 광역자치단체(15개 시·도) 의회의원수는 모두 6백26명이 된다. 이 때 서울시의회는 84명, 부산 32명, 광주 20명등으로 구성된다. 또 시·자치구는 총2천4백59명, 군은 1천6백12명의 의원이 배출되게 돼 기초자치단체 의회의원수는 4천71명이 된다.
민정당이 지방의회운영의 능률과 정치적 영향력을 되도록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의원정수를 산정한데 비해 야3당은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되도록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이 문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화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문제에서도 평민당은 국회의원선거구를 단위로 하자고 주장하고 민주·공화당은 시·군·구단위를 기준으로 하되, 인구수를 감안하자는 방안을 내놓아 양자를 절충한 민정당안과 엇갈리고 있다.
한편 선거법협상에서는 지난해 12월 여야합의에 따라「후보자 공천시 연합공천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될 것이 확실해 연합공천의 운용여하에 따라 정국구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소지도 있다.
민정당이 야권중 한 두개 당과, 또는 야권간에 서로 제휴할 가능성이 생겨 정계개편론과도 함수관계를 갖게된 것이다.
실제로 평민당측이 이번 지방의원선거에서 민정당과 전남-강원도의 상호 연합공천을 제의할 것이라는 설도 나도는 형편이다.
지방자치법이 마련됨에 따라 연내 지방의회 구성은 거의 확실해 보이나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여야 합의대로 내년 6월까지 시행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올해의 정치적 기류가 예측하기 어렵고 단체장의 직선제가 지방의희 구성보다 지방자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여권이 단체장선거는 되도록 기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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