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등산, 평범한 생확 속 건강을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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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정(61세) 회장. 너무나 많은 곳의 대표와 회장직을 맡고 있어 어떤 직함을 내세워야 할 지 모를 사람이다. (사)대한산악연맹 회장, ㈜태인 대표, 월간 산악지 '사람과 산(山)' 회장 등. 그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릴 대표적인 말은 바로 '산 사나이'다.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국내를 비롯해 국외에서도 오를 수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제 집 드나들 듯 다니고 있는 산 사람이다. 주한 네팔 명예영사이기도 한 이 회장을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네팔 명예 영사관에서 만났다.

"반갑습니다" 기자를 만나자 마자 악수를 청하는 손과 호탕한 목소리의 거침없는 인사는 너무나 소탈하다. 누전 차단기와 반도체 핵심 부품 제조업체로 매출 규모가 연 150억에 달하는 ㈜태인의 수장으로 성공한 기업인의 모습 속에는 산을 사랑하는 등산가 이인정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산과 바위를 놀이터 삼아 놀았고, 중동중.고에서부터 동국대의 청년시절 동안 등산반으로활동했으며 그의 부인인 구혜정씨와의 인연도 산에서 이뤄졌다. 군 제대 후 좋은 등산장비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젊은 혈기를 내세워 1966년에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중동고 개교100주년을 기념해 동창들과 보름 동안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왔다고. 이쯤 되면 산을 제외하고는 그의 인생을 논할 수가 없다.

그는 아름다운 네팔과 순수한 네팔인들의 모습에 반해 네팔 명예 영사가 됐다. 산에 대해 대중들에게 지식을 주고 싶어 월간 '산(山)'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33년간 몸담고 있는 도봉산 마루의 한국등산학교.

나이.성별.직업에 상관없이 모인 60~70명의 학생들은 주말 1박 2일 6주간 코스로 비상 사태 대처.독도법.기상학.암벽 등반 기술 등을 배우고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만자봉을 등반하는 것을 끝으로 졸업하게 된다. 처음 서먹해하던 학생들은 3주차 때부터는 친구가 되기 시작하고 졸업할 때는 가족이 된다. 60여 명이 함께 산을 오르는 동안 협동심과 배려심이 생기게 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6년째 교장으로서 지켜봐 온 이 회장의 말이다. 유쾌하고 건강한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은 의외로 어두웠다. 1969년 설악산에서 조난을 당해 10명의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죽음의 계곡 등반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기억 때문에 등반학교에서 더욱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게 됐다.

#이인정 회장이 건강하게 사는 이유-평범함 생활 속에서 건강을 찾아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야 진정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 회장은 특별히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는 30여 년 동안 매 주말마다 한국등산학교의 학생들과 등반하는 것, 그리고 절대 혼자 식사하지 않는 것을 들었다.

"혼자 하는 식사는 싫다. 사람들과 모여 즐겁게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고 소화도 잘된다. 아마도 그게 내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한국 사람들처럼 유난스럽게 약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며 평범함 생활 속에서 건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주변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산악인 엄홍길 외에도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故)손기정.황영조, 양궁 이은경, 가수 리아 등 그의 양아버지.양아들.양딸들이 수두룩하다.

사업을 위해 골프에 힘을 쏟을 듯도 한데 여전히 그에게 있어 운동은 '산'뿐이라고 했다. 그 외에 하는 것은 걷기운동. 왠만한 곳은 걸어 다닌다.

먹는 것도 유별난 것은 없다. 어릴 땐 식성이 까다롭기도 했으나 부인 구 씨가 해주는 호박잎 찜에 된장쌈에 맛을 들였더니 이제는 그것보다 맛있는 게 없을 정도라고. 평소 제일 즐겨먹는 것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을 굳이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달리 먹는 것이 있다면 아침에 먹는 인삼차와 잣, 소량의 빵과 치즈를 들었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생활은 똑같을 것이라며 건강한 기업인이자 활동적인 산악인으로서 사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인정(1945.6.10 생)
현 ㈜태인 대표이사며 (사)대한산악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한국등산학교 교장, 주한네팔왕국 명예영사 등을 맡고 있다. 월간 '산(山)'의 창간멤버로 현재 월간 '산과 사람'과 국내 유일의 산악박물관과 산악도서관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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