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65. 인재를 찾아서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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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성낙(右) 가천의대 총장과 마틴 폴(左) 독일 훔볼트의대 학장이 이달 초 임상시험센터 공동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태훈 길병원 원장.

나는 최근 암.당뇨 분야 세계적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해 몇 차례 외국을 다녀왔다. 가천의대 총장, 길병원 원장과 함께 석학들을 만났다. 이들 중 연구업적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미국 내 저명학자 10여 명은 올해 말부터 우리와 같이 일한다. 이름은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10월 말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석학들을 영입하기까지 숨 가쁜 과정을 거쳤다. 그 분들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유럽을 1박2일이나 2박3일 만에 다녀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뇨 분야 세계적 석학인 윤지원 교수와 면역학 분야 거두인 A박사를 모셔오기 위해 정말 많은 공(功)을 들였다. 윤 박사와의 첫 만남은 내가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으로 있을 때 이뤄졌다. 미주 동창회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나는 그때 시카고대 당뇨연구센터 소장으로 있던 윤 박사를 만났다. 그 뒤 윤 박사가 한국을 몇 차례 오갈 때 다시 봤다. 나는 그의 업적과 열정을 높이 사 함께 일해보자고 요청했다. 그야말로 삼고초려(三顧草廬)였다.

마침내 윤 박사는 "조장희 박사를 초빙해 그만한 연구지원을 해주셨으니, 나도 회장님을 믿고 함께 일하고 싶다"며 승낙했다. 그러면서 그는 면역학 분야 A박사와도 손잡고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어느 날 윤 박사가 "여행을 떠날 A박사가 시카고에 들르도록 할 테니, 그 시간에 맞춰 시카고에 오실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곧장 시카고로 가 윤 박사, A박사와 다섯 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얘기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뜻밖에 내 열정과 의지를 믿고 한국으로 오겠다던 윤 박사는 올 4월 암으로 별세하고 말았다. 병상에서 윤 박사는 한 제자가 "전 어디서 일하면 됩니까?"라고 묻자 "가천"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자는 나와 일하기로 돼 있다.

A박사는 내 제의에 "50대 초반이고, 미국에서 평생 교수(테뉴어드 프로페서)가 된 내가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기란 쉽지 않습니다"고 회답했다. 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A박사를 설득했다. 마침내 그는 우리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석학이 있는 곳이면 일본이든 독일이든 어디든지 쫓아가 영입 제의를 했다. 이렇게 공을 들여 '획득'한 10여 명의 석학은 가천의대에서의 연구 활동을 앞두고 올 추석 무렵 미국 워싱턴에서 상견례 모임을 한다.

석학들의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생각이다. 곧 착공하는 아카데미센터.생명과학연구소 건물 설계에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 최적의 연구환경을 갖추도록 했다. 특히 생명과학연구소에 들어설 동물실험실은 그 분들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여구실'로 만든다.

최근에는 가천의대와 길병원이 독일 최고 의대인 홈볼트의대와 임상시험센터 공동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내가 구상 중인 임상센터 건립에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는 세계적 제약회사의 고위경영자와 일본의 연구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다국적 인재가 세계적 업적을 활짝 꽃 피우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내 마음은 설렌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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