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원 지하철은"지옥철"이가|승객-차창과 함께 퉁겨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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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하철이 초만원 승객으로 터져 나간다.
힘을 견디지 못한 차창이 통째로 빠져버리면서 승객이 객차 밖으로 퉁겨나가는가 하면 계단이나 플랫폼 아래로 떠밀러 굴러 떨어지기 일쑤다.
가슴이 눌려 숨을 못 쉴 만큼 꽉 들어찬 짐짝 인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신음과 온갖 기분 나쁜 냄새, 후덥지근한 열기로 출근길의 객차 안은 매일 수라장이다.
「안전과 안락함」「정시 도착」을 내세우던 서울 지하철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과) 포화」의 중병이 들어 1, 4호선의 경우 제때 승하차 못하거나 연발 착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소동도 이제 생소한 일이 아니다.
인천·수원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1호선은 러시아워가 따로 없이 가장 붐비는 구간.
2호선과 l호선이 연결돼 매일 50만명이 이용하는 신도림역은 26일 오전8시 이미 2백20m에 이르는 플랫폼이 5백여명의 시민들로 초만원. 열차가 도착하자 내리고 타려는 승객들이 뒤엉켜 플랫폼에서부터 밀고 밀리기가 시작됐다.
30초의 정차시간을 2분이나 넘겨서야 앞줄에 선 4∼5명만이 간신히 비집고 차에 올랐으며 남은 대부분 승객들은 발을 구르며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오전8시40분쯤엔 밀리는 승객 때문에 계단중간 철제 가드레일이 넘어졌다.
다음역인 영등포역에 도착하자 출구 쪽으로 가지 못해 정거장을 지나친 이모씨(27·여·회사원) 이 기를 쓰며 내리려다 신발이 벗겨져 물음을 터뜨렸으나 인파에 떠밀려 그대로 내려야 했다.
26일 오전7시40분 4호선 상계역을 출발한 2073호 전동차는 시발역에서부터 좌석이 꽉 들어찼고 수유역에 이르면서 전동차 1량 당 정원 1백56명의 2배가 넘는 4백명 이상이 몰렸다.
미아사거리역부터 혜화역까지는 l량당 승객이 5백명을 넘어서 숨쉬기 힘든 질식상대로 승객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역무원들은 전동차지연을 막기위해 전동차 문이 열리다 승객을 문으로 밀어 넣기에 바빴다.
승객 윤상희씨(22·여·회사원)는『노원역에서 7시40분쯤 지하철을 타 동대문운동장 역에시 2호선을 갈아타면 목적지 을지로 입구역까지 1시간쯤 걸린다』며 『출퇴근 2시간이 지옥같지만 교통체증으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버스를 이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아역에서 승차한 승객 김태성씨(32·길2동) 는『그래도 방학이라서 이나마 지하철을 탈수 있어 다행』이라며『11월에는 20분 이상 기다려야 가까스로 지하철을 탈수 있을 정도였다』고 지긋지긋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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