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 7월 … 푹푹 8월 … 무더위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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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해수욕장
태풍이 지나간 20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수영구청 직원들이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지긋지긋하던 더위는 끝났다."

기상청 손태성 통보관은 20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있겠지만 지속시간이 짧아 못 견디겠다는 느낌이 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여름은 7월과 8월이 너무나도 달랐다. 7월은 장마가 다른 해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더위를 못 느끼고 지나갔다. 그런 만큼 8월에 찾아온 무더위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 폭우 속에 지나간 7월=7월은 비가 유난히 많이 왔다. 비와 관련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을 정도다. 장마기간 중 내린 비는 717.3㎜(전국 60개 관측소 평균)로 장마기간 중 전국적인 누적 강수량을 집계한 197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직전 기록은 1987년 611.7㎜였다. 서울에 내린 비는 1046.4㎜로 1966년 기록(1031.5㎜)을 넘어섰다.

남부와 중부지방을 지역을 오르내리면서 집중 호우가 내린 점도 특이하다.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8, 9일엔 남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 에위니아가 소멸한 뒤인 11, 12일엔 서울과 경기 인근에 왔다. 고양시에 시간당 70㎜의 폭우가 쏟아진 것도 이때다. 태풍 '빌리스'와 '개미'의 영향으로 15, 16일 강원도 인제.정선, 27일과 28일에는 경기도 안성.평택 등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잦은 비로 기온이 오를 새가 없었다. 서울 기준으로 7월 평균 최고기온이 26도에 그쳤다. 6월(26.3도)보다도 오히려 낮았다. 이는 196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통 7월 평균 최고기온은 26.5도(1976년)~32.6도(1994년)다.

◆ 18일간 연속 30도 웃돈 8월=장마가 끝나자마자 수은주가 치솟았다. 서울 기준으로 7월 31일 30.1도를 기록한 이래 18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평균 낮 최고기온은 32.4도였다. 전국에서 가장 더웠던 날이 많았던 경남 합천은 10일 수은주가 38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러나 "기록상으로 보면 기록적인 무더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 최고기온인 34.7도(4일 기록)는 역대 최고기록인 1994년(38.4도)보다는 낮다. 2004년에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18일간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있었다. 당시 평균 최고기온은 33.3도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상대적으로 더위를 못 느꼈기 때문에 이번 더위가 더 덥게 느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에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태풍은 7월 '에위니아'와 8월 '우쿵'이다.

우쿵은 19일 오후 6시 부산 인근 해상에서 소멸하면서 동해안 지방에 200㎜의 폭우를 쏟아냈다. 경북 울릉군 태하리가 357㎜로 가장 높은 강수량 수치를 기록했다.

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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