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판매업체 관계회사에 노 대통령 조카 한때 재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코스닥 상장 때 영향력 행사 의혹
청와대 "곧 조사 결과 발표할 것"

노무현 대통령이 "내 집권기에 발생한 것은 성인오락실과 상품권 문제뿐인데,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13일 일부 언론사 간부들과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내 지지율이 낮은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꼽아 봐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성인오락실과 상품권 문제'는 무엇인가. 문화 상품권을 상금으로 지급하는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 오락게임이 최근 1~2년 새 100배 가까이 매출액이 늘어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바다이야기를 놓고 노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개입 의혹, 권력형 비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의 조카가 '바다이야기'게임기계를 판매하는 지코프라임의 관계회사에 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조카 노지원씨는 지코프라임이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인수한 우전시스텍에 2003년 10월 이사로 취임해 인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 100배 가까이 급성장=사행성 성인오락게임 시장의 규모는 2003년 38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8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전국의 성인 게임장은 1만5000개이고 유통되는 게임기는 100만 대를 넘는다. 스크린 경마, 바다이야기, 황금성이 시장을 3분하고 있다. 특히 바다이야기는 2004년 11월 심사 신청을 해 그해 12월 허가를 받은 뒤 게임시장을 평정하다시피했다.

◆ 청와대는 두 달 전부터 조사=노씨는 우전시스텍으로 옮기기 직전인 2003년 9월, 이 회사의 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증자 물량의 18.5%(2억5900만원)를 취득했다. 2004년 3월에는 이 회사 주식 10만 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씨가 우전시스텍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지코프라임에 인수되면서 오해를 살 것 같아 바로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미 6월부터 바다이야기에 대한 조사를 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6월부터 조사를 해 왔고, 곧 종합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정치 쟁점으로 비화=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바다이야기' 게임기 제조업체인 에이원비즈를 운영하고 있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허가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노사모 대표를 지낸 인사가 성인오락실 상품권의 불법 유통 과정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강주안.최현철 기자

노지원씨 인터뷰
"스톡옵션 10만 주 받아
사행성 게임업체에 있으면
구설에 휘말릴까 그만둬"

노지원(42.사진)씨는 18일 밤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바다이야기나 지코프라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을 인수할 당시 모두 드러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행성 게임업체에 조카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사표를 냈다. 무덤 파는 짓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 그만둔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노씨와의 일문일답.

문) 스톡옵션은 얼마나 받았나.

답) 2004년 3월 26일 10만 주를 받았다. 이사급부터 과장급까지 나 포함, 12명이 함께 받았다. 부장급은 3만 주, 과장급은 2만 주 이렇게 받았고, 공시에 이미 다 나와 있다. 당시 총 56만 주를 나눠줬다. 회사에 기여한 부분이 인정돼 받은 것이며, 인수와는 관련이 없다.

문)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을 인수한다는 것은 언제 알았나.

답) 인수하는 날 우전시스텍의 부사장이 불러서 "오늘 계약했다. 도장 찍었다"고 말해서 알았다. 사표 쓴 날(7월 5일)로부터는 3주쯤 전에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3주 후 낸 것이다. 그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어서 몰랐다. 이사.전무 전부 붙잡고 물어 보라. 아무도 몰랐다.

문) 이사직에서 물러난 경위는.

답) 대통령 조카가 이사로 사행성 게임업체의 이사로 있으면 구설에 휘말린다고 생각해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 걱정했다.(※무한투자 관계자는 "우전시스텍을 지코프라임에 넘길 때 노씨를 해임하려고 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문) 노무현 대통령이 주의를 준 적은 없나.

답) 노 대통령이 지적한 것도 아니다. 내가 판단해 바로 그만뒀다.

문) 노사모 대표였던 명계남씨와의 관련설에 대해서는.

답)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 나는 명계남씨를 모른다. 지코프라임이 사행성 업체이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다.

문) 스톡옵션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답) 당시 받을 때 8200만원어치였고, 내년 3월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는 등 당장 행사할 수 없는 여러 조건이 붙어 있었다. 내년 3월 이후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상태다. 그냥 가지고 있다.

문) 우전시스텍에서 퇴사를 권유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답) 우전 쪽에서 퇴사를 권유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지코프라임이 우전을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무한투자라는 창투회사에서 한 것으로 봐야 한다. 때문에 우전에만 있었던 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우전시스텍 관계자는 "노 이사를 내 보내려했으나 본인이 더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자발적으로 사직했다는 말을 반박했다.)

문) 사표는 언제 썼나.

답) 7월 5일에 썼고, 주주총회가 열린 7월 6일 정식으로 사임했다.(※청와대 관계자는 구두논평을 통해 인수 후 즉시 사표를 냈고, 두 달 뒤에 수리가 됐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