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강장 돕는다"... 건강식품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80년대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같이 고조된 건강기상도에 따라 건강·강장식품과 운동이 붐을 이뤘다.
한편 식품의 유해시비가 있을 때마다 전국은 냄비 끓듯 순식간에 열풍에 휩싸여 식품산업을 뒤흔들기도 했다.
최근의 수입자몽에 대한 발암성시비·라면파동이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잘 말해주었다.
특히 금년 초 KBS의『이상구박사의 새로운 출발』프로그램 방영을 계기로 불붙은 건강논쟁은전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재미의학자 이씨는 당뇨병의 경우 우리 몸 속의「초인종」고장으로 생기는 것이라는 설명을 비롯, T임파구·엔돌핀 같은 용어로 건강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각종 성인병은 육식위주의 식생활·스트레스 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채식위주의 식생활과 편안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채식론은 특히 80년대 들어 두터워지고 있는 중산층의 호응을 얻어 축산업·가공식품업계의 매상과 가격을 뚝 떨어뜨리는 충격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에 맞서 국내 의학계·영양학계는 거센 반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민영양실태로 보아 아직 풍부한 단백질등 육류를 더 섭취해야 하는데도 국민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물을 많이 마시라」는 그의 물 건강론 영향으로 콩팥의 배설기능이 부쩍 약화돼있는 신장병 환자들이 응급실에 실려 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내학자들은 그의 건강론이 아직 가설에 불과한 이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무가치하다고 공박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건강론은 수개월만에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국민들이 건강에 대해 쏟은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한 듯한 이상구 건강 논쟁은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국민건강의 파수꾼」이어야할 의사들이 질병의 치료에만 급급할 뿐 건강의 유지와 증진, 질병의 예방에 관한 대국민 홍보에 얼마나 게을리 해왔냐 하는 자생의 소리를 남겼다.
또 일부 중산층의 육식선호등 식생활 서구화에 일침을 놓은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이밖에 건강논쟁으로는 ▲아침밥을 먹지 않아야 건강에 좋다는 조식폐지론 ▲냉탕과 온탕 욕을 번갈아 하는 목욕시의 냉온욕요법(재활의학자들 주장) ▲귀를 뚫으면 두통이 없어진다▲금가락지·은가락지의 성인법치료론▲자기의 건강론등 숱하게 많다.
이들 건강론은 이른바 정통의학계의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아직도 나름대로 이론을 펴고있다.
일부 간장 약의 경우도 서울대의대 김정용 교수 등의 학자들이 세계 의학계의 불인 사실 등을 들어 크게 효력이 없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하고 있으나 업계의 과대광고로 세계 제1위의 소비 율을 기록하고 있다.
건강·장수 붐을 타고 건강식품·자연식품산업이 큰 붐을 이룬 것도 80년대의 중요한 변화였다. 최근 의학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도시·농촌 주민 할 것 없이 건강유지에 월평균5만원이상을 따로 쓰고있다.
이 같은 건강투자에 힘입어 건강식품업계는 호황을 누렸다.『건강식품이란 따로 있을 수 없고 건강을 보조해주는 정도의 먹을거리에 불과하다』는 정통 의학계·영양학계의 경고에도 불구, 일부업자들은 이것들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과대선전을 해서 각종 부작용과 소비자 고발사례를 적지 않게 발생시키기도 했다.
또 일부 중산층의 선호에 편승해「신비의 명약」이라는 산삼·웅담의 가짜논쟁이 83,88년 한바탕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녹용의 세계 소비량중 약70%를 국내에서 먹어치운다는 놀라운 집계가 최근 나오기까지 했다.
이 같은 현상들은 모두 지나칠 정도로 강장·정력을 추구하는 일부 층의 사고방식 때문인데 보신탕·개소주·뱀탕뿐만 아니라 개구리·굼벵이 등도 한때 쓸어가다시피 하면서 강장·강정식품을 즐기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편 운동 붐이 일어 직장·단체마다 동호인 회가 조직되는가 하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20만원이상이나 들여 종합건강진단을 받는 새로운 풍속도가 일부에서 자리잡기도 했다.<끝>< 김영섭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