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한계 보여준 동구|소의 내정간섭 없어야 개혁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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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몇 주 동안 발생한 동독·불가리아·체코의 변혁은 갖가지 상상을 초월한 스릴 넘치는 것이었다.
동구쇼크에서 얻어진 가장 일반적인 교훈은 스탈린-브레즈네프식 사회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폭발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동구변혁이 계속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들 동구국가들이 사회주의쇄신의 틀 안에 계속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사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모색하게될 것인지 각국의 특수성을 감안, 현 상황을 침착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공산당이 아닌 새로운 세력이 사회 각분야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따라서 공산정부가 과거처럼 계속해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주의는 그 동안의 수많은 왜곡적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매력적인 이념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와는 다른 이념을 따르는 세력들이 몇몇 다른 사회주의국가에서 집권하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이 자신들의 사회체제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어떤 형태의 정당이나 사회세력이 집권하더라도 각국간의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산주의종주국인 소련이 공산권내 다른 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한다.
소련은 이미 비 공산정부가 집권한 사회주의국가와의 관계에서 귀중한 경험을 얻은바 있다.
폴란드에서 자유노조가 집권했을 때 일부 성급한 전문가들은 소련과 폴란드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명칭을 바꿔야할 것이란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폴란드 자유노조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규정을 계속 준수할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이들의 기우를 무색하게 했다.
최근의 소련·폴란드 공동성명은 불과 얼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동성명에는 「사회주의 국제주의」에 대한언급이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폴란드가 이 이념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공동성명에서 소련은 과거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에 요구했던 인위적인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보편법칙」(제한주권론 지칭) 에서 후퇴한 것은 사실이다.
서구언론들은 최근의 동구변화를 놓고 공산주의의 패배, 또는 서구의 냉전 승리 등 갖가지 논평을 하고 있다.
동구권 사태를 예리하게 보는 비평가와 정치인들은 그런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정부는 이미 현 동구변혁에서 일방적인 이득을 취할 의사가 없다고 누차 밝히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또 국제정세의 안정과 2차대전후에 설정된 현 국경을 고수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간단히 말해 동구의 급작스런 변화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은 아직 남아있지만 이미 무너져내려 역사적 기념품으로 대용되고 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내린 것은 또한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던 불신·독선·편견의 벽도 함께 부서져 가는 것을 의미함을 주시해야할 것이다.

<알렉산더 톨페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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