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전집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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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와 숙녀' 부분)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사진.1926~56)의 타계 50년을 맞아 시와 산문을 한데 모은 전집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예옥)이 출간됐다. 고서 수집가 문승묵(50)씨가 새로 발굴한 시 7편과 산문 41편 등 모두 150편이 수록됐다.

박인환은 전후 문화계의 아이콘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도회적인 감성 덕분에 전후의 박인환은 '댄디 보이''명동백작'으로 불리곤 했다. '조니 워커'와 '럭키 스트라이크'의 시인, 러시아풍 군용 코트와 버버리 코트의 시인, 장 콕토와 마리 로랑생을 흠모한 서점 '마리서사'의 주인으로 그는 기억됐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박인환의 시는 대중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목마와 숙녀'를 비롯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사랑은 가고/과거는 남는 것'이라고 읊었던 '세월이 가면'등은 오늘도 애송되는 그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50년 전 3월 20일 갑작스런 죽음을 당하고서 그는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몇 편의 대표작은 여전히 암송되지만 문학사에서 그는 좀체 복원되지 못했다. 박인환과 함께 전후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김수영이 그의 시 세계를 혹독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된 전집은, 박인환이 문학.영화 등 전후 문화계를 두루 아우른 탁월한 비평가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방민호(서울대) 교수는 "새로 발견된 박인환의 작품을 검토하면서 그에 대한 기존의 평가가 너무 인색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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