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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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레바논에서 철군한 이스라엘 병사들이 장갑차를 타고 이스라엘 북부 마을 마나라를 지나고 있다. [마나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2일부터 34일 동안 전투를 벌여 온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 휴전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양측에서 1200여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했으며, 레바논에서 15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양측은 휴전 발효 직후 상호 공격을 중단했으며 레바논 남부지역에 진입한 이스라엘군 3만 명 가운데 일부는 철수를 시작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휴전 직후 남부 레바논의 이스라엘군 일부가 국경을 넘어 철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숨어 있던 남부 레바논 주민의 일부가 휴전 발효 직후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남부에선 이스라엘 지상군과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이 휴전 발효 수분 전까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휴전 발효 직전까지 남부 항구도시인 시돈과 동부 베카 계곡을 공습했다. 베카 계곡에서는 공습으로 7명이 사망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휴전 성립 직후 "이스라엘 전투기가 없는 하늘을 보니 좋다. 이런 조용한 날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한 베이루트 시민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방송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모두 '상대방이 자극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휴전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하더라도 자위권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며 헤즈볼라에 무기가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바논에 대한 공중.해상 봉쇄를 계속할 것이라고 14일 발표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주둔하는 한 점령세력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유엔 결의안에 담긴 헤즈볼라 해체를 둘러싸고 레바논 정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13일 휴전 세부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던 내각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내각회의가 무산되면서 레바논군 1만5000명의 남부 배치도 늦어질 전망이다.

범아랍 일간지 알하야트는 14일 "레바논군이 얼마나 신속하게 남부 완충지대에 배치되느냐가 이번 휴전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주도하고 포르투갈.스페인 등이 참여할 예정인 유엔 평화유지군 1만5000명의 완전배치에 한 달여가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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