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맞바꾸자" 위험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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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39평형을 보유하고 있는 강모씨는 최근 부동산 교환거래 전문 중개업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는 강씨는 내년부터 다주택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연내 이 아파트를 팔 생각이었다. 그러나 매수세가 뚝 끊겨 시세대로 팔기가 어렵게 되자 상가와의 교환거래로 방향을 틀었다.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보유자들이 교환거래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땅.상가.연립주택 등 '단골메뉴'는 물론 강남권 인기 아파트까지 교환시장에 나오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교환거래 전문업소인 선주INC 조중훈 사장은 "현재 교환거래로 의뢰된 물건을 1000여 건이나 갖고 있다"며 "의뢰물건이 1년 전에 비해 3~4배 늘어났고, 특히 주택거래가 안되면서 종전에는 전혀 없었던 강남권.분당의 아파트 교환 의뢰도 10여 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교환거래 사이트인 렉스를 운영하는 김정남 사장은 "사이트 회원들이 올린 교환거래 희망 물건이 4000건으로 6개월 새 두 배 늘었다"며 "최근 들어선 아파트 매물이 400건에 이를 정도로 급증한 게 특이점"이라고 전했다. 교환거래는 말 그대로 다른 종류의 부동산을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 잘 활용하면 일반 매매로는 팔기 힘든 '애물단지'를 쉽게 처분하고, 원하는 부동산을 목돈 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 함정과 사기가 도사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32평 연립주택을 갖고 있던 김모씨는 기획부동산에 당했다. 이 주택을 1억1000만원에 팔려던 김씨에게 강원도 횡성의 전원주택지와 바꾸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다. 전원주택지 250평을 8000만원(평당 32만원)으로 치고 김씨 소유 연립주택의 값을 3000만원(융자 8000만원 승계 조건)으로 책정한 기획부동산은 김씨에게 차액 5000만원을 현금으로 요구했다. 6개월째 팔리지 않는 주택을 처분하고 전원주택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김씨는 전원주택지 사진 몇 장만 보고 덜컥 계약했고 차액도 지불했다. 그러나 김씨가 바꾼 땅은 평당 10만원도 안 되는 사실을 한 달 뒤에야 알게 됐다.

경기도 연천 땅과 경기도 부천의 모텔을 맞바꾼 유씨도 교환거래의 피해자다. 러브호텔촌이라 장사가 잘된다는 말을 듣고 교환거래에 응했지만 막상 모텔을 운영하다 보니 담보대출금의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수지가 안 맞았다. 유씨는 "대출이 많아 거저 줘도 안 팔릴 모텔을 떠안고 아까운 땅만 뺏긴 셈"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환거래 때 몇 가지 주의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환 제의 전화에는 응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기획부동산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법무사 사무장 등이라고 속이고 부동산을 급히 처분해야 할 사람들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의 착수금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객관적 평가 자료로 꼽히는 상가의 임대차계약서나 땅의 공시가격 등도 맹신해선 안된다고 덧붙인다. 교환거래 사이트 알도깨비닷컴 이승민 부장은 "공신력 있는 중개업소를 이용하고, 꼼꼼한 현장확인절차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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