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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힘이 컸다"…'언론재갈법' 함께 자축한 기자출신 이낙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0일 열린민주당이 마련한 'ONE TEAM 언론개혁, 이낙연 후보에게 듣는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0일 열린민주당이 마련한 'ONE TEAM 언론개혁, 이낙연 후보에게 듣는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유튜브 캡처

“김의겸 의원이 국회로 합류해주신 힘이 컸는지 그 뒤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가) 속도를 내게 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20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생활을 한 이 전 대표는 전날(19일) 민주당이 국회 문체위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현직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하며 법안 처리를 주도한 김 의원과 장단을 맞췄다.

‘언론재갈법’ 주역 김의겸과 장단 맞춘 이낙연

열린민주당이 ‘원팀 언론개혁, 이낙연 후보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으로 마련한 이날 방송은 야당·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일제히 ‘언론재갈법’으로 비판하는 언론중재법 통과를 자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력시위를 보였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언론중재법 통과가 됐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현직 기자들을 위해서도 그것(언론중재법 통과)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호응했다. 김 의원은 친여(親與) 성향인데도 불구하고, 여야 동수(3명)로 구성해야 하는 안건조정위(여야 간 이견 큰 법안에 대해 최대 90일간 논의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에 ‘야당’ 몫으로 들어가 숙의 절차를 무력화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김의겸 알박기'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맨 오른쪽)가 20일 열린민주당이 주최한 'ONE TEAM 언론개혁, 이낙연 후보에게 듣는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왼쪽)가 사회자로 참여했다.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맨 오른쪽)가 20일 열린민주당이 주최한 'ONE TEAM 언론개혁, 이낙연 후보에게 듣는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왼쪽)가 사회자로 참여했다. 유튜브 캡처

이 전 대표는 과거와 현재의 언론환경을 비교하며 언론중재법 처리를 정당화했다. 그는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매우 낮아져있다”며 “과거의 기자는 많이 취재하고 적게 보도했는데, 요즘은 적게 취재하고 많이 보도하는 것 같다”는 주장까지 폈다. “과거에는 매체 간 경쟁이 심하지 않아 정보가 맞는지 확인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매체의 기자가 속보 경쟁에 들어가 있다”라며 한 얘기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이 전날 단독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환경 개선 보다 언론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압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선 진영을 막론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무기로 언론사를 겁박함으로써 시민의 알 권리는 무시될 것”(19일, 관훈클럽 등 7개 언론 단체 성명)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법안을 둘러싼 이같은 지적엔 말을 아꼈다.

1인 미디어 진작에 뺐는데…“유튜브가 제외돼 있나?”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출연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법안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가 “가짜뉴스의 99%가 유튜브 등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그쪽은 규제하지 않고 기존 언론에 대한 규제만 대폭 강화했다는 불만도 있다”고 묻자, 그는 “유튜브가 제외돼 있는 걸로 돼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유튜브·SNS 등 1인 미디어는 제외하고, 기존 언론들만 대상으로 설계된 민주당 언론중재법의 기본 골자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회자가 “원래 넣었다가 뺀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하자 이 전 대표는 “그건 파악을 해봐야 되겠다. 요즘은 매체나 (뉴스) 유통 구조가 굉장히 다양해서 그런 것들이 모두 포괄돼야 할 것”이라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낙연, 열린민주당 구애에 총력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의 이같은 태도는 경선을 앞두고 강성 진보층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이 전 대표는 특히 열린민주당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열린민주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계시느냐”고 묻자 “뜻을 같이하는 세력은 언제든지 하나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경선에서 이기면 통합을) 당연히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답했다. 패널로 출연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열린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개혁적 성향이 부족하지 않냐는 이미지가 있다”고 하자, “6개월 반 대표로 일하면서 421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환상적이다’ 하는 표현을 쓰셨을 정도”라고 답했다.

김의겸(한겨레신문 출신) 의원과 이 전 대표 등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도하거나 옹호하는 데 대해선 동료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국회 문체위 소속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들은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자신들이 누렸던 자유로운 취재 환경을 후배들은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친문 극성파들의 지지를 얻어 보겠다는 얄팍한 셈법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언론학자는 “어쨌든 국민들 사이에선 현재 언론중재법 개정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며 “일단 정치권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상 언론인일 때와는 다른 판단 기준 하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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