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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상실”“분탕”“인간도리”…상처만 남긴 李·元 녹취록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도 저는 별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공개 발언을 생략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 연속이었다. 회의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았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측과의 설전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전화 녹취록 관련 공방을 주고받은 뒤 당 안팎의 비판과 우려가 커세지자 스스로 입을 닫은 것이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는 최근 전화 통화 내용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공개 다툼을 벌였다. 이 대표가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말한 걸 원 전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곧 정리됩니다”라고 이해했고,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은) 곧 정리됩니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원 전 지사가 전날 오전 “오후 6시까지 (전화) 녹음 파일을 전체 공개하라”고 했지만 이 대표가 “그냥 딱하다”고만 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원 전 지사가 “이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 대표가 또다시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녹취록 파문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1

이준석, 두 번 연속 공개 발언 無…지도부도 ‘화합’ 강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들도 “우리 조금씩 양보해서 앞으로 나가서 정권교체하자”(정미경 최고위원)거나 “정치 싸움은 그만두고 정책 싸움을 하자”(김용태 청년 최고위원)는 화합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최고위 회의장 바깥에선 녹취록 파문의 여파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인 간의 통화 내용을 내부에 까발려서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유치하다”며 “전화 통화 가지고 논쟁하면서 원희룡 후보가 상처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전날 원 전 지사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분탕질 치는 게 확인되니까 본인이 꼬리를 내린 것”이라며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동안 이 대표의 경선 관리에 문제점을 지적해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 문제가 계속 제기된 건 경선을 관리해야 할 당 지도부가 과연 공정하게 후보를 대하고 있느냐, 더 나아가서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주고 있느냐에 대한 후보 나름대로의 불평, 불만 또는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유인태 “이준석, 신뢰 상실”“원희룡, 인간의 도리 맞나” 

관전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권 소속인 유인태 전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연관된 최근 분란을 “영선(0선)의 미숙함”이라고 표현한 뒤 “일단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좀 잃어버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를 향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원희룡 전 지사에 대한 상당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더라”며 전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하며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전했다. 참석자들이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보다 한참 선배인데, 만약 원 전 지사가 하는 얘기가 맞다면 그걸 폭로하는 게 인간의 도리로 맞는 거냐”는 식의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때 전문가 압박면접, 청년 콜라보 토론 실시 

한편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경선 후보를 8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9월 15일) 때 봉사 활동과 전문가와의 일대일 토론 등을 통한 공개 압박 면접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경선(10월 8일) 때는 청년과 함께 팀을 이뤄 토론하는 청년 콜라보 토론회, 후보끼리 팀을 나눠 토론하는 팀 배틀 토론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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