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서 8일만에 숨진 50대, 유족 “많이 아팠는데 약만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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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0대 여성이 폐렴 소견을 보여 전담병원으로 이송을 고려하던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방역 당국의 대처가 적합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망한 환자는 감염 전 기저질환 없이 생업에 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때 전담병원으로 옮겨 치료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소 나흘 뒤 폐렴 확인, 항생제 처방 #센터측, 중증 아니라 판단 이송 미뤄 #“환자 급증, 병상 부족도 원인” 지적

18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인천시,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코로나19에 걸려 인천시 연수구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8세 여성 A씨가 병원 이송을 앞두고 입소 8일 만에 사망했다. A씨는 1일 입소했고, 당시 일반 코로나19 환자처럼 체온이 37도 수준으로 살짝 높은 정도였다. 입소 때 찍은 X선에서는 폐렴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3~4일 발열과 함께 기침·두통 등의 증상이 생겨 의료진이 약을 처방했다. 입소 나흘 만인 5일 X선 촬영에서는 처음 폐렴이 확인돼 추가로 항생제를 처방했다. 이후 체온이 37~38도 수준을 보였고 중증도를 가늠할 산소포화도는 98~ 99% 정도였다고 한다. 산소포화도는 통상 95~100% 정도면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협력병원 측은 폐렴 소견은 있었지만 당장 전원이 필요할 만큼 환자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9일 전원하려 했는데 이날 오전 환자가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많이 아픈데 진통제·항생제밖에 안 주고 밥도 잘 못 먹고 있다고 문자로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상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증세는 X선에서 진단이 잘 안 돼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 확인하라고 한다”며 “X선에서 폐렴이 확인될 정도면 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전담병원에 전원할 기준은 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센터 초창기에만 해도 폐렴 환자는 전부 병원으로 보냈는데, X선상 폐렴이 보이는 환자가 많다 보니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준이면서 기저질환이 없으면 전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병원마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지적도 있다. 협력병원 측도 “해당 환자 같은 경우를 다 전원하면 병상 가동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규 환자가 늘면서 생활치료센터가 포화 상태가 되고, 의료진이 부족해 빈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50대 환자 사망 당시 해당 생활치료센터에 있던 의료인력은 간호사 2명이 전부였다고 한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전국 생활치료센터 61곳 가운데 정부가 권장하는 입소자 규모별 권장 의사 수를 채우지 못한 곳은 40곳에 달한다. 이들 센터에서는 의사 1명당 평균 입소자 47명가량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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