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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체문자로 "정세균 응원"…남원시장 경찰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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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남원시장. 사진 중앙포토

이환주 남원시장. 사진 중앙포토

전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 수사 착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을 빚은 이환주 남원시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남원 지역 시민단체 4곳도 이 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환주 "정세균 응원 빠짐없이 동참" 문자 논란

17일 전북경찰청과 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환주 남원시장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과 남원시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3선인 이 시장은 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달 3~5일 지인들에게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고 응원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단체카톡방에 비슷한 글을 공유했다. 정 전 총리의 전주신흥고 후배이기도 한 이 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환주 남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달 3~5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정세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선거인단 등록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독자

이환주 남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달 3~5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정세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선거인단 등록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독자

李 "가입 권유한 지인 성명·전번 알려주세요"

이 시장은 해당 문자에서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께 권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전화 번호(1668-1111)를 남겼다. 그러면서 "가입을 권유한 지인 분의 〈성명, 전번〉을 제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시장은 또 지난달 3일 남원시 공무원 등 106명이 모인 단톡방에서도 "현재 당 게시판에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선거가 게시되어 있습니다. 정세균 응원하기에 한 분도 빠짐없이 동참해 주세요"라는 글을 공유했다. 157명이 모인 '정세균응원방'에서는 같은 당 이원욱(경기 화성을) 국회의원이 "릴레이로 문자 뿌려주세요. 선거인단 많이 등록시키고 명단 알려주세요"라고 말하자 이 시장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남원시 선관위는 지난 3일 이 시장에 대해 서면경고 조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9조 1항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57조와 60조에서는 공무원의 당내 경선운동과 선거운동, 85조에서는 공무원의 부당한 선거 관여를 각각 금지하고 있다.

이환주 남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달 3일 본인 등 106명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정세균 후보를 응원해 달라는 글을 공유했다. 사진 독자

이환주 남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달 3일 본인 등 106명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정세균 후보를 응원해 달라는 글을 공유했다. 사진 독자

선관위 "선거법 위반…서면경고"

선관위 측은 "서면경고는 선관위의 행정 조치로는 가장 높은 수위지만,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는 사법 조치보다는 낮은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이기는 하지만 사법 조치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남원언저리교회·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연대·시민참여제도연구회 등 남원 지역 시민단체 4곳은 17일 이 시장을 전북경찰청에 고발했다. 단체들은 "피고발인(이 시장)의 법규 위반 행위가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다분하고 지자체장으로서 그 어떤 때보다도 시민 안전과 방역에 힘 써야 할 재난 시기에 위법 행위를 자행해 죄과가 가볍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수사권 없는 선관위의 경고 조치가 제보된 일부 자료 등에만 근거해 결론 내린 것이라는 점 ▶이 시장이 문자 메시지에서 정세균 후보 선거인단 확충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쓴 점 ▶당시 남원 지역에 코로나19가 창궐해 수백 명이 자가격리당하고 수십 개 업소가 문을 닫았던 유례없는 재난 시기였던 점 등을 들었다.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남원언저리교회·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연대·시민참여제도연구회 등 남원 지역 시민단체 4곳이 17일 전북경찰청에 보낸 이환주 남원시장 고발장. 사진 고발 단체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남원언저리교회·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연대·시민참여제도연구회 등 남원 지역 시민단체 4곳이 17일 전북경찰청에 보낸 이환주 남원시장 고발장. 사진 고발 단체

이 시장 "특정 후보 지지 문자 보낸 건 부적절" 

이들 단체는 "선관위 조사는 지자체장에 대한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단체 관계자는 "남원에서는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10여 명이 확진되는 등 코로나19가 가장 심한 시기였다"며 "이때 이 시장은 시민은 돌보지 않고 선배 정치인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경고 조치로 끝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자 이 시장은 중앙일보에 "예비경선 기간에 단톡방을 통해 정세균 후보 캠프 쪽 이원욱 의원이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알려 달라'고 보낸 글을 내가 줄여서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하나씩 문자를 보내거나 일부 단톡방에 공유했다"며 "처음엔 문제 의식이 없다가 나중에 누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서 바로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왔으니 지역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말은 안 해도 상당수가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단체장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문자를 보낸 건 부적절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관위 조사와 별도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이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건 맞지만, 현재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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