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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말고 '딴 우물' 팠더니…정유4사 사상 최대 깜짝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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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 전경.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 전경. [사진 에쓰오일]

정유업계가  올 상반기를 ‘사상 최대'의 깜짝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실적 반전의 비결은 바로 ‘탈(脫)정유’ 전략이 꼽힌다. 이들은 정유업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도 비(非)정유 사업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유 4사, 올 상반기 나란히 ‘최대 실적’

정유 4사 영업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유 4사 영업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5조1803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든데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유 재고 평가 손실이 늘며 적자 폭이 커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GS칼텍스(1조118억원)는 2년 만에, SK이노베이션(1조90억원)은 3년 만에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에쓰오일은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많은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 6785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모두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정유 부문 대신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 투자한 것이 ‘깜짝 실적’의 비결이었다. 정유업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제외한 정제 마진을 통해 이윤을 얻는데 국제 유가와 석유 제품 수요는 경제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말 정유사들은 코로나가 재확산하며 석유 제품 수요는 늘지 않은 채 국제 유가만 올라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비정유 사업의 비중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비정유 사업이 ‘효자’ 역할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대전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 연구원들이 대전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바이오부탄올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에쓰오일의 경우 중질유 고도화시설(RUC), 올레핀 하류시설(ODC) 등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에 투자한 효과를 봤다.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온 중질유를 중질유 고도화시설에서 재처리해 프로필렌을 만들면 올레핀 하류시설에서는 이를 산화프로필렌(PO)과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다. 중질유 고도화시설의 경우 당초 예상치의 105%에 이르는 하루 8만4000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하며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도 효자 노릇을 했다. 윤활기유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9.8%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체 실적의 39.4%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8.8%)이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 나왔다.

현대오일뱅크도 전체 매출의 25.9%에 불과한 석유화학·윤활기유 사업이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54.4%)을 차지했다. 최근 친환경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64.4%)과 올레핀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GS칼텍스(40.9%) 역시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반기 실적은 정유업이 좌우

상반기 실적은 비정유 부문이 이끌었지만 하반기 실적은 본업인 정유 부문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유 제품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배럴당 1~2달러대에 머물렀던 정제마진은 8월 둘째주 들어 배럴당 3.5달러까지 올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경제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비정유 부문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화프로필렌(PO)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주력 품목도 시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윤활기유 역시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마진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초기와 비교하면 큰 악재가 되지 못한다”며 “석유제품 수요가 개선되고 정제마진이 회복되는 등 긍정적 기대가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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