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복절 한반도기 내건 안양시·수원시…시민들 “해괴망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평촌중앙공원) 일대에 내걸린 한반도기. 채혜선 기자

15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평촌중앙공원) 일대에 내걸린 한반도기. 채혜선 기자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60대 여성 박모씨는 광복절인 15일 오전 안양중앙공원(평촌중앙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공원 곳곳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 지도 모양이 그려진 한반도기가 걸려 있어서다. 박씨는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에 태극기 대신 걸려 있는 한반도기를 보니 해괴망측했다”며 혀를 찼다.

안양중앙공원 둘레길 주변에 55개 #수원시는 시청에 한반도기 게양 #“태극기 존엄성 훼손” 항의 이어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광복절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게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중앙공원 둘레길에는 한반도기 55개가 걸려 있었다. 6·15 공동선언 실천 경기중부본부가 광복절과 한반도 평화를 기념·기원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감평화공원’ 행사의 일환이라는 게 안양시의 설명이다. 한반도기 게양과 해당 행사는 안양시로부터 남북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전시회 주변 나무 30여 그루에는 “평화통일로 항일독립운동 완성하자!”(광복회 경기도지부 안양시의회), “한반도 70년 전쟁과 대결, 이제는 끝내자!”(안양시 새마을회) 등 정치적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도 대거 내걸려 있었다.

60대 주민 정모씨는 “남북 평화가 북한에 잘 보여야 찾아온다는 건가. 휴일이 지나면 한반도기 등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양시에도 관련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안양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태극기의 존엄성을 훼손했다” 등의 비판 글 20여 개가 올라와 있었다. 안양에서 35년 넘게 살았다고 밝힌 한 시민은 “한반도기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걸어야 했는데 어떤 근거로 한반도기를 달았는지 답변해 달라”고 적었다. 안양시와 행사 주관 단체에는 “빨갱이” “북한으로 가라” 등 원색적 비판 내용이 담긴 항의 전화들도 걸려왔다. 수원시도 광복절을 기념해 한반도기를 시청에 게양했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안양시와 수원시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시장이 재직 중인 지자체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내 곳곳에 4500여 개의 태극기를 게양했다”며 “한반도기 게양은 평화통일을 염원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수원시 관계자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 염원을 담아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