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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로 될까" 日 지지율 최저 고심 속 '포스트 스가'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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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직후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지지율이 연일 역대 최저치를 찍으면서 자민당 내 '스가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9월 말 치러지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는 스가 총리에 맞서 출마 의향을 밝히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9월말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일부 의원 총재선 출마 의향 밝혀 #NHK조사서도 지지율 30% 아래로 #아사히, "스가에게 日 맡겨도 되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폭투하 76주년 희생자 위령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폭투하 76주년 희생자 위령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 총무상을 지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10일 발매된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와의 인터뷰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가 (작년 총재 선거에서 스가에게) 1표를 던진 것은 (스가가) 아베 내각의 정책을 답습한다고 언명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스가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극우 보수 성향이다. 따라서 이번 출마 선언 뒤에는 아베의 '암묵적 용인'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에서 스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도 8일 방송에서 "기회가 된다면 (총재선에) 도전하고 싶다.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이 총재선 출마에 대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으며 자민당 내 젊은 의원들 사이에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스가 후임 문제를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스가의 '올림픽 전략' 대실패  

지난해 9월 아베 전 총리의 남은 임기 1년을 물려받은 스가 총리는 올림픽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자민당 총재에 재선, 3년간 임기를 이어가는 '생존 시나리오'를 짰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구상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10일 일본 공영방송 NHK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4%P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작년 9월 스가 내각 발족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날 발표된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선 35%, 전날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28%로 모두 역대 최저치였다.

10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부야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부야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권 지지율에 큰 차가 나타나는 일본에서 공영방송 NHK의 지지율은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NHK 조사에서조차 30% 이하의 수치가 나온 데 대해 스가 정부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아예 11일 '코로나 하에서의 총리, 스가에게 맡겨도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사실상 총리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사설은 스가 총리가 '올림픽 취소' 등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있다면서, "이대로 국민들의 생명과 생활을 맡겨도 괜찮은지,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심각하게 의문시된다"고 일갈했다.

아사히는 또 스가 총리가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는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등 소통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의 대응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신뢰 회복은 힘들다"고 논평했다.

국민 뜻 무시한 '그들만의 총리' 또?  

하지만 일본 정계에선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스가 총리가 연임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일본 총리는 국민들의 지지와는 상관없이 자민당 내 파벌 간 이합집산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패한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AFP=연합뉴스]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패한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AFP=연합뉴스]

이미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의원은 지난 8일 "(감염 확산 상황에서) 총리가 큰 고생을 하고 있다"며 스가 총리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초 무파벌인 스가를 총리에 당선시킨 일등 공신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3일 "(스가 외에) 다른 후보가 출마할 것 같은 움직임은 아직 없다"는 말로 의원들의 출마를 견제했다.

자민당 지도부로서는 스가 총리를 대신할 만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행 유지'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선에 출마하려면 의원 2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형 파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들은 이 서명 스무개를 채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선거 판세 분석 기사는 '스가가 이끄는 중의원 선거'에 대해 자민당에 경종을 울린다. 주간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는 1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10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현재(276석)보다 63석 줄어든 213석에 그쳐 과반 확보(233석)에 실패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앞서 5일 일본 최대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도 정치공보시스템연구소의 구보타 마사시(久保田正志) 대표와 함께 중의원 선거 결과를 예측한 결과, 자민당이 230석을 확보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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