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으로 받은 혜택조국에 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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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축구인으로서 받은 혜택을 조국에 환원시키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입니다.
한국 축구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서독 분데스리가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며 「차붐」의 명성을 떨친 후 이달초 가족과 함께 영구 귀국한 차범근씨 (차범근·36)는 요즘 「한국 축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독 생활을 하는 동안 김우중 (김우중) 대우 그룹 회장, 박태준 (박태준) 포철 회장, 정세영 (정세영)현대 회장 등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오면서 귀국하면 팀으로 와줄 것을 요청받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는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국내 상황을 아는 것이 시급하다. 이 때문에 최소한 6개월 정도를 쉬겠다는 것이다.
또 프로팀을 맡을 것인가, 소속 없이 독자적으로 국내 축구를 위해서 일할 것인가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어린이 축구 교실은.
▲늦어도 내년 여름부터는 시작한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구상은 한강 고수 부지의 잔디 구장 하나를 빌려 1주일에 두 번 정도를 하고 우선은 서울을 4개 지역으로 나눠 국민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것도 생각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체육부·축구 협회 등 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할 계획이며 대상은 국민학교 4학년 이하로 한정할 방침이다.
-국내 축구의 침체를 아는가.
▲오랫동안 떠나 있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달라진 것 같다.
이틀 동안 효창 구장에서 열린 「왕중왕」 대회 경기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
텅빈 스탠드, 한심스러운 경기 운영,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잦은 항의를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특히 관중이 없다는데 크게 실망했다. 협회나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홍보와 팬 서비스를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독에서 하고있는 것이지만 홈 팬을 위해 지정석을 마련하고 입장권 할인, 구단의 홍보물 모두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매스컴을 이용, 스타 플레이어를 많이 탄생 시켜야 한다.
-축구를 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유럽 축구계를 보면 지도자든 선수든 축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너무나도 진지하다. 생활자체는 물론 생각까지도 모두 축구와 연결될 정도로 열심이다. 경기는 물론 연습조차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집에 돌아가서도 축구에 관한 책과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항상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나도 이번 이삿짐에 VTR 테이프를 잔뜩 가져왔는데 앞으로도 서독의 친구들이 계속 보내주기로 돼있다.
-자녀들의 교육문제는.
▲은퇴한 후 프랑크푸르트 등 분데스리가팀은 물론 오스트리아·스위스 팀으로부터 코치제의를 받았지만 서둘러 귀국한 것도 애들 교육문제 때문이다. 큰딸 하나 (11) 와 큰아들 두리(9) 가 곧 중학교에 가야하는데 자칫하면 한국에 돌아올 기회를 놓칠 것 같았다.
하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세찌 (3) 등 두 아들은 운동에 소질을 갖고 있다.
-독일 생활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큰 아쉬움은 없지만 분데스리가에서 한번도 우승을 못해본 것이 다소 아쉽다. 유럽컵이나 FA컵 등에서는 우승했고 개인적으로도 98골을 넣어 선수로서는 만족할만한 생활을 했다.
- 앞으로의 포부는..
▲세계적인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는 린스 미셸(전 네델란드 국가대표팀)감독과 같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미셸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감독이다.
국가 대표팀과 유럽 클럽팀을 한번 맡는 것이 소원이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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