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1선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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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결승 1국〉 ○·커제 9단 ●·신진서 9단

장면 2

장면 2

장면 ②=신진서의 흑1은 차분히 도약을 준비하는 수. 백4는 A로 넘는 게 좋았다. 프로들이 AI의 고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진서의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 돌연 흑5가 판 위에 떨어졌다. 뭔가. 마우스 미스인가? 아니었다. 당시 온라인 대국을 위해 설치된 테이블은 좁았고 선도 복잡했다. 그 선들을 정리하던 중 터치패드가 민감하게 작동하며 흑5(기보상의 21)를 만들어냈다. 대국장에 납덩이보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실전진행=1선에 떨어진 흑▲를 보며 모두들 귀신에 홀린 듯 가만히 있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룰이 있었지만 심판은 움직이지 않았고 신진서도 가만히 있었다. 커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잠시 후 그는 백1을 두어버렸고 이것으로 흑▲는 기정사실이 됐다. 박영훈 9단은 “AI 계산으로는 8집반 정도 손해. 하지만 백5가 이상해서 그 차이는 4집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참고도

참고도

◆참고도=AI는 비정하다. 흑의 고통은 알고 싶지도 않다는 듯 ‘1선’을 응징하는 그림을 보여준다. 귀를 버리고 1,3,5로 좌하를 키우는 수가 최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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