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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성인권 운동가의 추락···'성 추문' 쿠오모 도왔다가 역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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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 로버타 캐플런. AP=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 로버타 캐플런. AP=연합뉴스

성 추문 의혹에 휩싸인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가 소속 인권단체에서 사임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직장 내 여성 차별 및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인권단체 ‘타임스업’은 이날 이사회 의장인 로버타 캐플런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타임스업은 성명을 통해 “단체와 캐플런 모두 사임이 옳고 적절한 일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캐플런은 지난 2018년 ‘타임스업 법률대응 기금’을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성 소수자 및 여성인권 관련 소송을 다수 맡아오면서 명성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유명 칼럼니스트 겸 작가 E. 진 캐럴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최근 공개한 168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은 총 11명이다. 이런 가운데 외신은 캐플런이 쿠오모 주지사 측의 린지 보일런 전 보좌관 성폭력 피해 사실 폭로 대응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뉴욕주는 보일런 전 보좌관의 주장 신빙성과 폭로 동기 등을 문제 삼는 공개서한 초안을 작성한 뒤 캐플런에 자문을 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플런은 일부 문구를 수정한 뒤 서한을 공개해도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앤드루 쿠오모(오른쪽) 미국 뉴욕 주지사와 전 수석 보좌관 멜리사 드로사(왼쪽). EPA=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오른쪽) 미국 뉴욕 주지사와 전 수석 보좌관 멜리사 드로사(왼쪽). EPA=연합뉴스

가해자 측 주장이 주를 이루는 서한 공개에 캐플런이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이는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성폭력 피해자 등의 거센 반발이 불거졌다.

단체 후원자 및 피해자 등은 타임스업에 공개서한을 보내 “피해자들을 희생시키며 가해자에 동조했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한 제3자의 독립적인 조사 및 성폭력·성희롱 의혹을 받는 개인 및 단체와의 제휴 관계 단절 등을 요구했다.

쿠오모 주지사 사건과 관련해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멜리사 드로사 수석 보좌관 또한 사임했다. 드로사의 이름은 쿠오모 성추행 혐의 보고서에 187차례 등장했고, 모두 성추행 은폐 및 피해자 보복 시도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로비스트의 딸인 드로사는 2017년 당시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수석 보좌관에 임명된 인물이다.

한편 쿠오모 주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하고, 형사고소에 나선 전직 비서 브리트니 코미소는 지난 8일 CBS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쿠오모)가 내게 한 짓은 범죄였다”고 밝혔다. 코미소는 “블라우스 안에 그의 손이 들어왔고, 내 가슴을 만졌다”며 “꿈의 직장이 악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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