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자 한 통이 불러온 넛지 효과…코로나 백신 접종률 ‘쑥’

중앙일보

입력

UCLA·카네기멜론대 공동연구진은 문자메시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사진은 연구진이 코로나19 접종 대상자에게 보낸 영상. [사진 UCLA]

UCLA·카네기멜론대 공동연구진은 문자메시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사진은 연구진이 코로나19 접종 대상자에게 보낸 영상. [사진 UCLA]

단순히 백신 접종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카네기멜론대 공동연구진은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행동 넛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촉진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으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백신 접종률 높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

‘행동 넛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촉진한다’ 논문의 설계. 연구진은 무작위로 이들을 5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사진 네이처]

‘행동 넛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촉진한다’ 논문의 설계. 연구진은 무작위로 이들을 5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사진 네이처]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치명률을 낮추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돌파감염이 늘어나면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접종을 꺼리거나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또 과학적 근거 없이 단순히 백신 자체를 두려워 해 접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UCLA 캠퍼스의 헬스케어서비스센터 내과를 통해 연구에 참여할 9만30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모두 65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1~2월 미국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이들을 5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1그룹은 간단한 문자 메시지로 백신 접종을 안내받았다. 2그룹은 동영상이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3그룹은 ‘당신을 위한 백신을 이제 막 이용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청구하라’ 같은 상대방의 행동을 촉구하는 언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받았다. 4그룹은 2·3그룹이 받은 동영상이나 행동 촉구 메시지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5그룹엔 백신 접종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지 않았다.

다섯 개 그룹 인원은 각각 2만 명 안팎이었으며 1~4그룹이 받았던 모든 문자 메시지에는 예방 접종 예약이 가능한 UCLA 헬스케어센터 링크를 포함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사진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사진 질병관리청]

안내 메시지의 효과는 확실했다. 메시지 발송 6일 후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예약자의 비율을 그룹별로 비교했더니 1~4그룹의 예약률은 13%로 5그룹(7%)의 2배에 가까웠다. UCLA는 기존 13.9%였던 코로나19 예방 접종률을 17.6%로 끌어올렸다.

다만 동영상 메시지(2그룹)는 기대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이 헝첸 UCLA 경영·조직·행동의사결정학과 교수는 “동영상을 받은 피험자는 영상을 시청하는 비율이 낮았고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을 예약하는 경우도 적었다”며 “의외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거부 추정자도 1.1% 접종받아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을 추가로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1~4그룹) 이후 8일간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예약하지 않았던 6만7000여명이 대상이다.

연구진을 이들을 다시 2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2-1그룹에는 백신 예약 알림 메시지를 보냈고, 2-2그룹에는 이를 전송하지 않았다.

6일 후 각각의 그룹이 실제로 백신을 접종했는지 확인했더니 2-1그룹의 예약률이 2-2그룹보다 1.7% 높았고, 실제 백신 접종률은 1.1% 높았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100명 중 1명 정도는 문자 메시지를 2번 받으면 백신을 맞았다는 의미다.

실비아 사카르도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간단한 문자 메시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유도할 수 있다”며 “문자 메시지는 전 연령대·성별에 걸쳐 백신 접종 동기를 부여하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방역 당국은 다음 주부터 20~40대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