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 끝 유도 조구함 은메달…그에겐 무릎연골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19:24

업데이트 2021.07.29 20:13

조구함이 결승에서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구함이 결승에서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구함(29)이 두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 100㎏급

세계 랭킹 6위 조구함은 29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일본의 울프 아론(25·세계 5위)에 골든스코어(연장전) 혈투 끝에 한판패했다. 정규시간 4분간 득점 없이 비긴 조구함은 연장 5분 35초에 안다리기 걸기로 한판을 내줬다.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조구함에겐 값진 은메달이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까지만 해도 "단조로운 공격을 해서 주특기 업어치기만 막으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메이저 대회에선 통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던 선수였다. 최민호(2008 베이징), 김재범, 송대남(이상 2012 런던) 등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모두 다양한 기술로 한판승을 따낸 데 비해 조구함은 경기마다 업어치기 하나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게다가 유도 100㎏급은 힘 좋은 유럽 선수들이 득세하는 체급이다. 키가 1m90㎝대 거구들이 즐비하다. 1m77㎝의 조구함은 왜소해 보인다. 웬만한 기술로는 아시아 선수가 이기기 어렵다.

조구함은 판을 뒤집었다. 리우올림픽 이후 그는 매일 두 차례 지옥 훈련 후에도 쉬지 않았다. 고무 튜브 당기기 400회를 채워야 잠자리에 들었다. 연장전에 가도 지치지 않았다. 올림픽 2년 전부터는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필살기인 업어치기에 안뒤축걸기 기술을 접목했다. 업어치기 하나만으로는 강자들을 이길 수 없어서 허를 찌를 제2의 필살기를 연마했다. 그 결과 도쿄에선 준결승까지 치른 3경기에서 모두 다른 기술로 이겼다.

결승전을 앞두고 양 무릎에 붕대와 테이프를 붙이는 조구함. [사진 유도대표팀]

결승전을 앞두고 양 무릎에 붕대와 테이프를 붙이는 조구함. [사진 유도대표팀]

결승전이 끝나고 조구함은 극한의 승부를 버텨낸 자신의 왼쪽 다리를 어루만졌다. 조구함은 올림픽 첫 출전이던 5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16강 탈락했다. 축이 되는 왼발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다. 대회 직전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수술한다고 해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큰 부상이었다. 그래도 수술대에 올랐다. 1년 3개월간 재활을 거쳐 2017년 말 매트에 돌아왔다. 꾸준한 노력으로 이듬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기량은 회복했지만, 그의 무릎엔 다시 과부하가 왔다. 경기마다 무릎에 붕대와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 뛰었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조구함은 "무릎 연골이 보통 사람에 비해 10% 수준만 남았다. 그런데 업어치기가 주특기라서 하루에도 수백 번 무릎을 굽히고 편다. 그때마다 통증이 있지만,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투혼을 발휘해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조구함은 "실컷 자고 싶다. 제주도 여행도 가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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