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악동 장지영 『?심의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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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찍이 씨름판의 제왕(제왕) 이라 할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고서도 지나친 샅바싸움으로 「악동(악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장지영(장지영·26 일양약품) 이 슬그머니 모래판을 떠났다.
고교(마산상) 대 선배인 승자 이만기(이만기·26)장사의 등에 대고 빈 주먹질을 해대는 철부지「악동2세」장사 강호동 (강호동·18·일양약품)의 야단스러운 열풍에 이 「악동1세」가 떼밀려 나가는 형상이어서 묘한 여운이 남는다.
장은 단지 인편을 통해 『은퇴하겠다』는 말만 전하고 부평의 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이라고 한다.
장의 은퇴선언은 지난9월 천하장사회 직후 소속팀인 일양약품씨름단에서 내린 3개월 50%감봉이라는 징계가 직접 원인인 듯하다.
그 징계사연은 이렇다. 천하장사대회 하루 전 교회 백두장사 급 8강 전에서 장은 같은 팀 후배 강과 맞붙게됐다. 준결승 상대로는 현대의 고경철(고경철)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
장은·고와의 역대전적에서 4승8패로 승률 30%인 반면 강과 고는 첫 대결. 김학룡 (김학룡) 감독은 이준희 (이준희) 코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호동을 올려라』는 밀명을 내리고 대기실에 들어가 -아픈 마음을 달래느라- 8년전에 끊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런데 모험이 적중, 강은 고를 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강에게 일부러 승리를 내준 장은 낙심하여 이후 경기를 포기, 최하위에 머물렀고 김감독을 피해 화장실로 찾아 들어가 찬물을 뒤집어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막내 동생뻘인 후배 강이 당초 자신보다 1천만원이나 많은 5천만원이라는 계약금을 받은 것(지난 5월 입단) 을 비롯, 팀 안팎에서 백두급간판으로 강을 지목하는 등 상해있던 자존심에 결정적인 강타를 맞은 것이다.
대회가 끝난 후 장은 합숙소대신 집으로 직행, 연락을 끊어버렸다. 일양씨름단은 고심 끝에 결국징계를 내렸고 이것이 한때 씨름판의 「훌륭한 연기자」이자 창단 멤버였던 큰 재목하나를 아주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르게된 것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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