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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휴전 기로에 선 이재명·이낙연…‘원팀 협약식’ 중재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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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1·2위 대선 주자 싸움이 확전과 휴전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11일 본경선 돌입 후 2주간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간 네거티브 공방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당 안팎 우려가 커지면서다.

과열 자제 움직임

이 전 대표는 이날 경남도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 이미 드릴 말씀을 다 드렸다”고 짧게 답했다. 전날 이 지사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제가 봤을 땐 (이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세월이 지난 다음에 ‘나는 반대했다’ 그런 태도는 좀 국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이라고 직격했지만,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 전 대표 캠프 내에서 ‘후보 본인만큼은 네거티브 공방에 참전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다시 형성됐다고 한다. 이낙연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악의적 마타도어 이제라도 중단하라. 아무리 불안해도 아무리 초조해도 금도는 넘지 말아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낙연 후보는 탄핵투표에는 반대표를 던졌다”며 “불안함이, 초조함이 불러온 대참극이라는 세간의 혹독한 비판이 이제라도 귀에 가닿길 바란다”고 상대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부산 연제구의 사단법인 '쉼표'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10722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부산 연제구의 사단법인 '쉼표'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10722

이 지사 측에서도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자는 기류가 나타났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꾸 확전이 되어서 답답하다”면서 “네거티브는 최대한 배제하고 얼마나 공약을 잘 지켰느냐, 공직에서 성과를 냈느냐, 부패·친인척 측근 비리가 있었느냐 정도로 검증을 한정하면 좋겠다.지금은 좀 무차별적인 측면이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소속 의원은 “탄핵 찬성 여부는 정통론을 제기하는 이낙연 후보가 답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합리적 의심을 환기한 만큼, 이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 문제 제기는 당분간 하지 말자는 게 캠프 내 다수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책 경쟁 선회 될까

양쪽 캠프는 이날 공통으로‘네거티브 대신 정책 경쟁을 하자’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 지사 캠프의 이경 부대변인은 “네거티브를 완전히 배제한 경선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도 흐르고 경선 과정에선 더 치열하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후보 모두는 원팀이다”라며 “이재명 후보는 정책 비전을 선보이며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경쟁을 하겠다. 아름다운 경선은 환상이 아니다. 가능하다”고 논평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수석대변인이 “이재명 캠프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발표한 만큼 당원과 국민 앞에 ‘가짜 기본소득’에 문제점을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공약을 한 적이 없다던 이재명 후보가 월 8만원 원씩 매년 52조 원부터 월 50만원, 연간 300조 원까지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해 ‘말바꾸기’ 논란을 소환하긴 했지만,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의 인신공격 대신 공약 비판으로 방향을 튼 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팀 협약식’ 개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적극적 중재에 돌입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로 당원과 국민들이 염려를 하고 있는데 대선은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라며 “근거 있는 논쟁, 상대를 배려·존중하는 정책적 질의와 상호 공방이 벌어지는 수준 높은 경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상민)는 ‘공명선거와 정책’을 주제로 한 ‘원팀 협약식’을 오는 28일 개최해 후보 간 화해를 유도할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와 선관위 우려가 일치해 협약식을 열고 정정당당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이 협약식 이전에 각 캠프 상황실장들을 불러모아 ‘더 이상의 과열을 자제하자’는 당부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다른 후보들도 진화에 가세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따질 것은 따져야 하지만, 네거티브 연결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공방 지속을 우려했다. 김두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두고 1, 2위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라면서 “이제 그만해야 한다. 저 리틀 노무현 김두관이 제대로 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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