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와 행.의정 감시 전남연대에 따르면 전남 순천시는 최근 SBS프로덕션과 협약을 하고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세트장 건립에 특별교부세와 시.도비 등 총 63억원을 지원했다. 전라남도는 투.융자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 예산 1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거액이 지원됐지만 세트장의 하루 유료 관람객은 약 750명으로 당초 시가 예상한 수준의 절반에 그쳤다.
충남 태안군 장길산 세트장도 지자체가 40억원과 1만5000평의 부지를 지원했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관광객이 급감하고, 그나마 세트장을 만든 회사의 부도로 입장을 통제해 지자체 수입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세트장 관광 열풍을 일으켰던 KBS '태조 왕건'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충주호변의 세트장엔 개장 첫해인 2000년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렸으나 드라마 종영 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제천시가 12억원을 들여 지원했던 세트장이지만 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
예산처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사례를 공식적인 '예산 낭비 신고'로 접수한 뒤 꾸준히 실태를 점검하겠다"며 "앞으로 특별교부세 등 국고에서 지원되는 돈이 드라마 세트장 건립에 쓰일 때는 사업 타당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연대 이상석 운영위원장은 "세트장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방송국들이 제작비를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세트장 건립 시에는 투.융자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이를 거치지 않을 경우엔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