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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또다른 악몽…美 약물중독 사망, 작년 30%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퍼듀 제약(Purdue Phama)이 판매하고 있는 오피오이드 성분의 옥시콘신(Oxyconxin). [AP=연합뉴스]

퍼듀 제약(Purdue Phama)이 판매하고 있는 오피오이드 성분의 옥시콘신(Oxyconxin). [AP=연합뉴스]

하루 평균 256명, 시간당 10.6명.

약물중독 코로나 확산 영향받아 #봉쇄로 재활프로그램 작동 못해 #불안·우울 커진 것도 영향 미쳐 #마약성 진통제도 주요한 원인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약물중독 사망자 기록이다. 2019년 대비 사망자 수가 30% 가까이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로 약물 중독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내 약물중독 사망자 수가 9만333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7만2151명을 기록한 2019년과 비교해 역대 최고인 29.4% 급증한 수치다.

브렌던 살로너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JHSPH) 교수는 WSJ에 "이 문제를 추적해온 우리에게도 놀라운 숫자"라면서 "공중보건기관들이 이번 사태의 긴급성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방역 지침으로 약물 재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거리 두기로 인한 단절과 사회적 고립으로 외로움·불안감·고립감·우울감 등이 커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펜타닐 사용자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펜타닐 사용자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로이터는 올해 24살로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에 사는 아르만 마델라의 사연을 전했다.

약물중독에서 회복 중이던 그는 팬데믹 기간 약물에 다시 손을 댔다. 모르핀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와 헤로인을 사용했는데, 운 좋게도 지난 10월 재활시설에 들어가 치료 받을 수 있었다. 마델라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나는 다행히 시설에 입소했지만, 그러지 못한 채 약물중독으로 숨진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슈아 샤프스타인 JHSPH 부학장은 로이터에 "대유행 기간, 많은 (약물)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원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약물이 치명적으로 진화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과거에는 약물 과다복용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펜타닐은 암과 같이 고통이 심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을 위해 개발됐지만, 코카인·필로폰 등 마약과 섞여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가 2017년 마약성 진통제 판매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 계획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가 2017년 마약성 진통제 판매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 계획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9년 가을 펜타닐 확산과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로버트 앤더슨 CDC 국립보건통계센터 박사는 WSJ에 "지난해 합성 오피오이드(주로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5만7550명으로 2019년에 비해 54%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펜타닐이 사망자 급증의 원인"이라면서 "과거 3만 명이라는 숫자에 놀랐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 3배가 됐다니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은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는 코로나19와 함께 미국의 공중보건위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코로나19는 심장질환과 암에 이어 미국인 사망 원인 3위를 기록했으며 약물중독이 4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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