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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박민우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사과 아닌 루머 해명

중앙일보

입력

사과보다 변명. [IS포토]

사과보다 변명. [IS포토]

박석민(36)과 박민우(28·이상 NC)가 사과문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반성과 사과가 아니다. 개인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한 해명일 뿐이다.

사상 초유의 KBO리그 중단 사태는 NC 주축 선수들의 안일한 사고와 경솔한 행동 탓에 초래된 결과다. 박석민·박민우·이명기·권희동 4명은 지난 5일 잠실 원정(두산전)을 위해 투숙한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숙박 시설 정원 초과 입실 금지' 방역지침을 위반했다. 박석민이 '지인'으로 지칭한 여성 2명이 동석, 총 6명이 한 방에서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 외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

NC 구단은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소속 선수들의 방역지침 위반 행위를 알리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의구심이 제기되자 "방역 당국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반응만 보였다. 그러나 14일 오전, 해당 선수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한 정황을 포착한 강남구청은 경찰 수사를 요청했고, 그제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박석민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뒤에야 사과문을 내놓았다. 리그 구성원에 끼친 피해에 대해 사과했고, 지인들이 동석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술판을 벌였다'는 시선을 의식한 듯, 마신 술의 양과 곁들인 안주 메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석민의 사과문은 야구팬의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일단 타이밍이 늦었다. 프로야구를 멈춰 세운 원인 제공자가 개인정보 보호라는 미명 아래 너무 긴 시간 침묵했다. 막다른 상황에 놓이자 떠밀려 내린 조처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사과문에 깔린 저의가 의심된다. 박석민은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 저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 사과문은 국민과 리그 구성원을 향한 미안함보다 '우리는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14일 밤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게재된 박민우의 사과문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구구절절이 잘못을 시인하고 있지만 "떠도는 이야기 속 파렴치한 문제는 실제로 없었다지만"이라는 문장을 통해 루머를 부정했다.

올해 초 스포츠계 학폭(학교폭력) 사태가 불거졌을 때,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들이 해명하는 패턴이 꼭 이랬다.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힌 점은 미안하고, 폭행을 가한 사실도 있지만, 비인간적인 가혹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확인이 어렵고, 진실 공방이 이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박석민은 선수 생명 위기다. 방역 당국과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박석민은 2021시즌이 끝나면 재계약 대상자가 된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인데, 리그 품격을 저해한 낙인까지 있으면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박민우도 가시밭길이다. 그는 이번 사태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다. 동메달 이상 획득하면, 등록 일수를 채워 올 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희망 역시 물거품이 됐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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