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눈·귀가 시원…'뮤지컬 피서' 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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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

*** 꼬방꼬방 20일까지 예술의전당

고무줄놀이, 술래잡기…추억의 놀이와 동화의 만남

"숨바꼭질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귀를 우선 잡는 작품. 어린 시절 한 번쯤 했던 고무줄놀이.술래잡기 등이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뮤지컬보다는 음악극에 가깝다. 끊임없이 노래가 나오고, 타악 연주가 든든한 배경이 된다.

극중극이 있다. 전래 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호랑이에 맞선 남매의 지혜로움이 이야기의 큰 축이다. 눈여겨볼 점은 '천'이다. 때론 물로 변했다가 때론 애니메이션의 바탕 화면으로, 혹은 산등성이가 되기도 한다. 꼬마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카펠라 스타일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또한 기본기가 잘 닦여 있다는 느낌이다. 왁자지껄하진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여운을 준다.

다만 조금 지루한 템포와 관객 참여가 적은 점은 아쉽다. 4세부터 8세까지 보기에 적당.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보러 나온 김에 바로 옆 한가람미술관의 '미술과 놀이전'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1만8000~2만2000원. 극단 사다리.예술의전당 회원일 경우 20% 할인. 02-382-5477

*** 어린이 연금술사 27일까지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가자 ! 모험세계로
석고상.해적선…화려한 무대

파울로 코엘료의 인기 소설 '연금술사'를 어린이용으로 바꾸었다. 괜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필요 없다. 소재와 배경만을 소설에서 따왔을 뿐,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전형적인 만화 스토리다.

'초대형 어드벤처 뮤지컬'이란 선전 문구처럼 무대가 꽉 찬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나올 법한 석고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적선이 무대 뒤에서 쑥 밀고 나와 관객을 압도한다. 출렁거리는 바다도, 오아시스의 화려함도 눈을 즐겁게 한다. 어린이 뮤지컬로 이 정도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5억원의 제작비를 쓴 티가 확 난다.

어른들이 아이 분장하고, 아이 흉내 내지 않는 것도 반갑다.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 또래의 아역 탤런트들이다. 꼬마들이 자기의 얘기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얘기다. 다만 모든 노래를 립싱크로 부르는 것은 거슬리는 대목. 7~10세가 관람 적절 연령대. 27일까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 양재역까지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다. 티켓 값은 조금 비싸지만(3만~6만원) 13일까지 예매하거나,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가면 50% 할인해 준다. 02-764-8760

*** 반쪽이전 27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한국판 '미녀와 야수' 국악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전래 동화를 기초로 했다. 한국판 '미녀와 야수'라 할 수 있다. 마당놀이와 국악이 섞여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의 반쪽이 온전치 못해 멸시를 받지만 꿋꿋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반쪽이의 모습을 담았다.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매개는 사랑임을 알려준다.

스토리는 다소 미흡하다. 아이가 이해하기에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 작품의 미덕은 국악의 아름다움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드시 한국적인 것에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우리에게 국악은 어렵고도 먼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무대 뒤편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대금.해금.가야금은 우아하고, 무대 위 출연진이 두들기는 징과 꽹과리, 장구는 신이 난다. 귀가 열리면서 마음도 맑아진다. '이토록 고급스러운 게 국악이구나'라고 새삼 일깨워준다. 단순하지만 고풍스러운 무대 세트도 눈에 잘 들어오는 편.

지난해 아비뇽 축제 오프 공연과 일본 히타치 거리극 축제에 참가했다. 함께 부르는 주제곡을 따라 하면 재미 두 배다. 7세에서 10세가 보기에 가장 좋을 듯. 27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1만~2만5000원. 금요일에 아빠는 50% 할인이다. 02-3673-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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