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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면 머리 깨진다던 中…메르켈‧마크롱엔 “유럽 독립”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며 서방 세계에 날을 세우더니 이번엔 미국과 유럽 간 틈벌리기를 시도했다.

'독자적유럽' 강조, 미국과 틈벌리기

시진핑 주석은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CCTV 캡쳐]

시진핑 주석은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CCTV 캡쳐]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은 두 정상에게 “세계 방역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고 경제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중국과 유럽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유럽과 전략, 경제, 무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세계는 대립과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 문제에서 유럽이 더 적극적 역할을 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구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을 통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고 경제 회복 전망도 불확실하다″라며 ″대립과 제로섬 게임보다는 상호 존중과 진실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을 통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고 경제 회복 전망도 불확실하다″라며 ″대립과 제로섬 게임보다는 상호 존중과 진실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화=뉴시스]

시 주석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에 대한 유럽의 묵은 불만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EU의 욕구를 자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유럽과 중국 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공감대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는 실용적인 태도로 대중(對中) 협력을 계속 추진해 왔다”고 화답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앞서 지난 6월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의 신장(新疆) 위구르‧홍콩 주민 탄압을 비판한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두 나라로선 중국 견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노골적인 반중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지난 G7 회담 직후 “중국은 우리의 라이벌이면서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라며 원색적인 비난은 피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G7은 중국의 적대적인 클럽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독일로부터 연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으며, 프랑스 패션 산업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중국-유럽 간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담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중국-유럽 간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담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양측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는 회담 이후 “두 정상은 중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재차 강제 노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또 엘리제궁은 “이어 두 정상은 유럽의 중국 시장 접근 개선과 공정 경쟁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CC)TV는 이날 세 정상은 ▶유럽-중국 입국 제한 완화 ▶유럽의 중국 시장 접근 개선 ▶이란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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