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만루홈런 쾅! '신수 훤한' 추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결승 만루 홈런을 친 추신수(右)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면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보스턴 AP=연합뉴스]

모두가 놀랐다. 9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 펜웨이파크를 가득 메운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팬들도, 올 시즌 13승을 기록하며 최다승 투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투수 조시 베켓도, 그리고 "이 선수에게는 나를 들뜨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칭찬했던 에릭 웨지(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감독도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 추신수(24.인디언스)는 담담했다.

추신수의 만루홈런이 메이저리그를 흔들어놨다. 추신수는 4일(한국시간)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3 동점을 이룬 6회 초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등장, 극적인 결승 만루홈런을 뿜어냈다. 추신수는 현역 최고의 강속구 투수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베켓의 초구 97마일(156㎞)짜리 직구를 자신있게 걷어올렸고, 공은 펜웨이파크의 가장 깊숙한 외야 한가운데 펜스를 넘어갔다. 비거리 130m가 넘는 대형 홈런이었다.

이날 선발 우익수 겸 7번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성 중견수 직선타구를 때려 방망이 감을 잡았고, 세 번째 타석에서 일을 냈다. 경기 초반 0-3으로 뒤졌던 인디언스는 추신수의 만루홈런으로 7-3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결국 7-6으로 이겼다.

추신수는 지난달 27일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인디언스로 이적한 뒤 첫 경기(7월 29일 매리너스전)에서 결승 1점 홈런을 터뜨렸고 이날 자신의 메이저리그 두 번째 홈런을 결승 만루홈런으로 장식, '결승 홈런의 사나이'가 됐다.

추신수의 만루홈런은 지난해 4월 30일 최희섭(당시 LA 다저스)이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뒤 1년3개월 만에 나온 한국인 두 번째 메이저리그 만루홈런이다.

추신수는 부산고 재학 시절 팀을 두 번이나 대통령배 고교야구 정상으로 이끌며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유망주였다. 이승엽(요미우리)처럼 고교 시절 투수였다가 프로에서 타자로 전향했고 2000년 말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2001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칼을 갈아온 추신수는 지난해 한국인 타자로는 두 번째로 빅리그 무대에 섰으나 매리너스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디언스로 전격 트레이드되면서 경기에 자주 출전했고 결국 이날의 만루홈런 한방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편 서재응(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은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6과3분의2이닝을 7피안타.1실점으로 잘 던졌다. 서재응은 0-1로 뒤진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이 2-1로 역전승을 거둬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고 평균자책점만 5.56으로 낮췄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