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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오기 전 선점?…'100% 비대면'까지 나온 '모바일 주담대'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담보물과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리WON주택대출’을 4일 출시했다.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은행 앱에서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뒤, 연 소득과 주택시세 등을 입력하면 3분 안에 대출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다.

담보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증빙서류 제출 등을 위해 영업점을 한 번 이상 방문해야 하는 시중은행의 기존 비대면 주담대 상품과 달리 영업점 방문 없이 대출 신청과 실행까지 가능하다.

이때 소유권 이전 등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면 확인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절차가 생기면 은행 측 법무 대리인이 부동산을 직접 찾아간다. 대출 한도는 5억원, 금리는 최저 연 2.74%(2일 기준)다. 담보범위는 KB부동산시세로 확인되는 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에 상관없이 모두 가능하다.

신규 상품에 담보범위 확대…진화하는 비대면 주담대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담보물과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리WON 주택대출’을 4일 출시했다. [사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담보물과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우리WON 주택대출’을 4일 출시했다. [사진 우리은행]

비대면 주담대 상품 경쟁의 불을 붙인 건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다. 지난해 8월 주담대를 위한 제출서류를 등기권리증(토지·건물)과 소득증빙서류 등 두 가지로 간소화한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담보 범위가 아파트로 한정됐고, 신규 대출이 아닌 대환 대출만 취급하는 제약에도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취급액이 7000억원을 넘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대면 주담대 대출의 장점은 무엇보다 단순한 절차다. 기존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주담대는 10~20종의 서류가 필요하고 심사 기간도 길어 최소 2주 전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반면 비대면 주담대는 개인정보는 정부가 스마트폰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자동 추출(스크래핑)해 은행으로 보내고, 등기처리 절차 등은 전자등기를 이용해 자동 처리된다.

간소한 대출 절차와 심사 과정을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비대면 주담대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 덕에 비대면 주담대 상품은 담보 범위가 넓어지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기존 모바일로 신청이 가능한 주담대 상품의 담보범위를 아파트에서 빌라와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넓혔다.

하나은행도 같은 달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인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신규 출시했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금리는 최저 연 2.808%에 최장 35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 은행 모두 근저당권 설정계약서나 행정정보 열람 동의서 작성을 위해 영업점 방문이 필요하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을 찾지 않고 모바일 앱과 인터넷으로 주담대 신청과 실행이 가능한 ‘KB스타 주택구입 자금대출’과 ‘KB스타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담보범위는 KB 부동산시세로 확인되는 아파트와 주택 등이며,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담보 주택이 부부 공동명의거나 선순위말소조건, 세입자 퇴거조건, 직권말소 신청조건 등 조건부 대출일 경우 비대면 주담대가 불가능하다.

’인터넷 은행 거물’ 카카오뱅크 견제 포석?

카카오뱅크. 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연합뉴스

시중은행이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약진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주담대 상품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지 못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개발 중이지만, 중금리 대출 확대와 다음 달 예정된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사안을 앞둔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형국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주담대 상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은행 상품과의 차별점을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비대면 시장을 점유해 경쟁 우위를 빠르게 확보하려는 양상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은행들의 주력상품인 주담대의 주도권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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